작가적 상상력과 실험이 돋보이는 최첨단 현대미술은 광주와 부산에서, 그리고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미술품은 서울의 아트페어와 경매행사장에서. 서울·지방별로 차별화한 대형 미술행사들이 미술애호가들의 나들이를 재촉한다.

전시 위주의 비엔날레는 지난 8일 광주에 이어 16일 부산에서 막을 올렸다. 한편 화랑과 작가별로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아트페어로는 화랑축제, 판화미술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또 사진축제로는 제1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이 서울 인사동에서 펼쳐진다. 미술시장의 주요 창구로 급부상한 경매행사는 지난주 K옥션 경매에 이어 서울옥션의 가을경매가 28일 열린다.

#‘어렵고도 재미난 현대미술 현장’-비엔날레

지난 16일 북상하는 태풍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없이 막을 올린 부산비엔날레의 주제가 ‘두 도시 이야기’다. 부산비엔날레는 부산과 서울을 뜻하는 ‘두 도시’란 제목으로 평소 미술관과 화랑 등에서 접하기 어려운 설치작품 위주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중이다. 그러나 ‘두 도시’의 의미를 엇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광주비엔날레(11월11일까지)와 부산비엔날레(11월25일까지)의 두 도시와 연결지워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각기 미술기획자 김홍희, 박만우씨가 예술총감독을 맡은 두 비엔날레. 예향의 중추도시 광주와 바닷가 휴양도시 부산이라는 행사도시별 특성처럼 비엔날레를 통한 두 도시의 미술이야기가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

올해 제6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열풍변주곡’. 아시아의 시각에서 세계 현대미술을 재조명하고 재해석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작가들을 비롯해 32개국 127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황인기씨의 디지털 산수화가 관객을 맞는 전시장은 아시아에 초점을 둔 기획답게 반가사유상 주변에 달린 소형카메라를 통해 부분 부분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마이클 주의 ‘보디 옵푸스케터스’등 전통 산수화, 불상, 종이, 쌀 등 아시아의 소재와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또 전통과 현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담아낸 작품들도 적지않다. 전시 끝부분에 반전·반미기획전이 느닷없이 펼쳐져 혼돈스럽기는 하지만 팔리는 미술, 쉽고 가벼운 미술 위주의 상업공간과는 다르게 진지한 성찰을 요하는 작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편 ‘어디서나’를 모토로 내건 부산비엔날레는 실제로 도시 곳곳을 전시장으로 활용, 38개국 작가들이 출품한 134점을 전시중이다. 부산시립미술관과 수영요트경기장 건물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해운대해수욕장과 온천천 주변에 각종 조형물을 설치하고 해운대 입구에 5억여원 규모의 가건물을 세워 생활공간속 미술을 보여주는 ‘리빙 퍼니처전’을 열고 있다.

광주가 지역 특성을 살려 역사성이나 주제에 무게 중심을 둔 다소 어렵고 개념적인 작업 위주라면, 부산비엔날레의 경우 가변공간 등 전시공간에 맞춰 보다 젊은 감각으로 일상의 미술, 휴양지에서 즐기는 미술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미술시장이다’-아트페어와 경매

한국화랑협회의 24회 화랑미술제는 63개 화랑이 참여한 가운데 20~24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화랑별 본 전시 외에 특별전으로 화상들이 선정한 국내작가 10명의 작품을 한데 모은 ‘베스트 톱10전’과 세계미술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외국작가 작품을 모은 ‘21세기 현대미술을 이끄는 작가전’을 마련한다.

국내작가 톱10전의 출품작가는 권혁, 김연, 도성묵, 문인환, 박선기, 박성태, 윤종석, 이용덕, 이정웅, 추종완씨. 해외작가로는 루이스 부르주아, 다니엘 뷔렌, 알렉산더 칼더, 데미안 허스트, 크리스토, 토마스 루프 등. 02-733-3706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는 화랑미술제에 이어 27일~10월1일 한가람미술관에서 펼쳐진다. 한국판화미술진흥회 주최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12개국의 화랑·공방 등 71개 업체가 참여, 복수제작이 가능한 판화 사진 조각 등을 한데 모은다. 화랑별 전시를 비롯, 박서보 팡리준 쿠사마야요이의 판화를 보여주는 한·중·일 대표작가 판화전, 사진작가 임영균 이종수씨가 촬영한 미술작가 사진전, 중국판화전, 지난해 신예작가중 선정된 오연화씨의 판화전도 열린다. 02-521-9613

제1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은 지난 13일 개막, 오는 26일까지 인사동 김영섭사진화랑을 비롯해 토포하우스, 관훈, 인사아트센터, 쌈지, 나우, 룩스, 덕원 등 8개 화랑에서 진행중이다. 국내 원로작가부터 신인들이 총출동한 ‘울트라센스’전, 각 대학 사진학과 등이 추천한 젊은 작가전, 중국 대만 유럽 등지의 외국작가전 등 화랑별로 전시기획이 다채롭다. 02-2269-2613

서울옥션의 제103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는 28일 오후 5시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총 440점이 선보이는 경매행사를 케이블TV J채널과 ABO, 위성방송 웨이브 TV가 생중계하며, 등록한 회원들은 전화 응찰이 가능하다. 경매작들은 지난주 부산 전시에 이어 22~28일 서울옥션 하우스와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사전전시된다. 02-395-0331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