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 3일 올해 ‘일몰’(적용 폐지)이 도래하는 55개 비과세 감면 항목 중 24개를 연장해주지 않는 ‘조세중립성을 위한 비과세 감면제도 운용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형식은 공청회지만 사실상 정부방침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공청회 이후 세금부담이 커지게 된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결사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방만히 운용돼온 비과세 감면제의 재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청회 주제발표자였던 박기백(42·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부터 비과세 감면제도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봤다.

―비과세 감면조항은 무엇이고, 금액으로는 얼마입니까.

“개인이나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을 낮춰주는 조항입니다. 예를 들어 세율이 14%인 이자소득세의 경우 100원의 이자가 생기면 14원을 세금으로 내지만 세금우대종합저축은 9%, 즉 9원만 내도록 운용하고 있죠. 우리나라는 1965년에 관련 법률을 제정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266개 항목에서 19조9000억원 정도입니다.”

―현재 일몰이 거론되는 항목은 어떤 것이고 기준은 무엇입니까.

“우선 사회간접자본투자준비금, 문화사업준비금 등 각종 준비금이 대상입니다. 세금우대저축을 비롯한 각종 저축지원제도도 폐지가 바람직합니다. 외국의 사례가 드물고 고소득층의 절세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조세 형평성을 해치는 제도가 우선 대상입니다.”

―재정경제부에선 이에 대한 정부 방침이 정해진 게 없다고 합니다. 공청회때 나온 운용방안과 정부의 방침은 다른 것인가요.

“한국조세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입니다. 대답하기 곤란한 사항입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비과세 감면 조항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모든 비과세 감면제도를 없애자는 게 아닙니다. 필요한 항목은 당연히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얽혀서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비과세 감면 혜택을 계속 주는 것은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법제화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합니까.

“담당 부처인 재경부에서 공청회 발표 및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여론수렴 작업에 들어갈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정책적 판단을 해야겠지요. 여당과의 협의를 거치고 국회의원들의 최종 결정이 필요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판단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우대저축의 이자소득세 감면제도 폐지는 서민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오히려 조세형평성에 역행하는 것은 아닙니까.

“세금우대저축은 한도가 4000만원입니다. 따라서 저소득층 서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은 생계형저축의 감면폭을 확대하는 보완조치를 해주면 됩니다.”

―세수부족으로 정부가 비과세 감면조항을 없앤다는 해석도 있는데.

“폐지대상인 조세감면 규모는 2조 ∼3조원입니다. 세수 부족을 메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조세감면 규모가 큰 임시투자세액공제나 농어민 면세유류를 포함시켜야 하지만 빠져 있습니다.”

―실질적인 증세로 가계 소비여력이 줄고 기업 투자여력도 줄어 경기회복에 역행하지는 않을까요.

“근로자 가구의 가계소득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미미합니다. 기업의 투자여력이나 의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항목은 유지됩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