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때 이자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의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동안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최근 CD금리 변동폭이 너무 크고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을 CD금리가 아닌, 코리보(KORIBOR)로 바꾸기로 결정해 은행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은행의 코리보 금리 채택을 주도한 김교성(51) 자금부장을 만나 기준금리 전환을 둘러싼 궁금증에 대해 들어봤다.

―코리보란 무엇인가요.

“코리보는 영국 런던에서 은행간 단기자금 거래시 적용되는 리보(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금리를 본뜬 것으로 ‘한국의 시중은행간에 적용되는 단기 기준금리’를 말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04년 7월 개발한 것으로 국민·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기업은행·농협 등 특수은행, 대구·부산은행 등 지방은행, 씨티·HSBC 등 외국계 은행의 기간별 금리를 통합해 산출한 단기 기준금리입니다. 단기시장의 기준금리라는 점에서 금리수준은 CD금리와 비슷하지만 변동성이 CD금리보다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대출금리의 기준금리를 CD금리에서 코리보로 바꾸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근 CD금리는 시장규모가 적고 수급에 따른 변동성이 커 기준금리로서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주택담보대출금리에 연동되는 CD금리가 단기간에 급상승하다 보니 대출금리 역시 급등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리보는 CD금리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리보 도입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은행들이 많은데요.

“이번 기준금리 전환은 상당기간 여신금리체계 개편을 추진해오면서 검토된 것으로 갑작스러운 도입은 아닙니다. 코리보가 실거래를 뒷받침하지 않는 가상금리라는 약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제도보완을 통해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단기간에 대표금리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도입시기는 어떻게 되나요.

“현재 전산개발과 제도개선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어 8월초에는 본격적인 적용이 가능합니다.”

―대출금리에 어떻게 적용됩니까.

“1년 이내의 대출은 기간별 시장금리로 코리보를 사용합니다. 고정금리대출의 경우 1년 초과분은 중소기업금융채권의 시가평가기준 금리를 사용합니다.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약정기간에 관계없이 변동주기(3개월·6개월·1년)마다 코리보가 적용돼 대출금리가 산정됩니다. 고객과 대출계약을 맺을 때도 ‘코리보 + α%’로 약정하게 됩니다.”

―주택담보대출에 코리보를 적용하면 대출금리가 현재보다 낮아지나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두 금리의 평균치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CD금리에 비해 변동성이 적어 더 안정적인 금리라는 점에서 고객의 변동금리거래에 대한 위험은 줄어듭니다. 짧은기간에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김상훈기자 s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