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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한 채 떠나 아쉽습니다. 지난 10년의 노력이 이렇게 성과없이 끝나버려 허탈합니다.”

19일 오후 통일부에서 퇴임식을 하는 장선섭(70)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 은 대북경수로사업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무 할말이 없다”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장 단장은 특히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도움 덕분에 경수로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면서 “공직을 떠나는 오늘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단장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고등고시에 합격, 1963년 외무부에 발을 들여놓은 정통 외교관으로 유엔대표부참사관과 미주국장, 프랑스대사를 거친뒤 1996년 2월부터 경수로기획단을 이끌어왔다. 장 단장의 공직은퇴는 외교관생활을 시작한 지 44년 만에, 차관급인 경수로 기획단장을 맡은 지 10년 4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10년 넘게 경수로기획단을 이끌어온 장 단장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집행이사회 의장으로 6년간 일하며 북한경수로건설을 둘러싼 한·미·일·유럽연합(EU) 의견을 조율해왔다.

장 단장은 경수로건설 비용 분담 및 모델 등을 둘러싸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마다 슬기롭게 협상을 중재했고, 북측이 경수로공사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 때도 부드럽게 설득하며 고비를 넘겨왔다.

이 때문에 KEDO 이사국들은 모두 장 단장을 ‘KEDO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리더이자 산증인’이라고 평한다.

장 단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1월초 함남 금호지구에서 경수로공사현장의 인력이 최종철수할 때의 장면을 잊을 수 없다”면서 “북측인사들은 경수로건설 현장을 온전히 보존해놓을 테니 언제든 돌아오라고 했지만 이젠 그런 날이 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장 단장은 오는 23일 출국,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서너달 체류할 계획이며 경수로사업을 정리하는 회고록 집필 준비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