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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는 어르신 공경을 점심대접으로 대신하는 것뿐인데 힘들 게 뭐 있나요.”

노점상들이 만든 무료급식 자원봉사단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 정용식(47) 회장은 휴일만 빼고 지난 11년간 동네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나눠주는 일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그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이곳을 찾아 점심도 드시고 친구도 사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보문시장 노점상 등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 회원들은 29일에도 추위를 잊은 채 서울 성북구 개운산 운동장에 마련된 급식센터에서 배식 자원봉사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급식소로 만든 10평 남짓한 컨테이너 가건물과 앞에 설치한 천막을 합치면 동시에 60~7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 소문이 퍼져 날마다 100~150명이 찾다보니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 가량 배식이 진행되는 내내 15~20명 정도는 운동장 벤치 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정 회장은 “이 추운 겨울에 어르신들이 바깥에서 진지를 드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밥 한 끼가 아쉬운 노인들에게는 없는 살림을 쪼개 봉사활동을 벌이는 노점상들이 고맙기만 하다. 김영분(여·70)씨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들 텐데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박영순(여·73)씨는 “젊은이들이 너무 고생이 많다. 저런 사람들이 진짜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고마워했다. 김용구(66)씨는 “정성이 담겨서인지 밥도 맛있고, 노인들끼리 바둑도 두면서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는 지난 94년 6월 첫 급식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5월 경동시장 약재상의 아들이 100억대 재산을 노리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숨지게 한 끔찍한 패륜범죄가 계기가 됐다.

정 회장은 “우리 사회의 효(孝) 정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며 “처음에 동선동 일대 노점상 20여명이 뜻을 모아 출발했는데 나중에 보문시장 노점상들이 참여해 이제는 회원도 7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 무료급식센터는 노점상들이 수입을 쪼개 하루 1000~2000원씩 내놓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돈이 없을 때면 자기 가게에서 팔던 채소나 고기를 들고 오는 상인들도 있다.

이날도 보문시장 상인들이 모아준 생선과 김치를 들고 급식소를 찾은 이주한(32)씨는 “우리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급식센터를 산 중턱에 차린 것도 노인들 건강을 위해서다.

정 회장은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것은 거지에게 베푸는 동정과 다를 바 없다”며 “어르신들이 점심도 드시고 산에 올라오면서 건강도 챙기시라는 뜻에서 이곳에 급식소를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급식시간이 지난 다음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 결손가정 아이들이 찾아오는 놀이터로 활용하고 싶다”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공경하는 마음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기자 ta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