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가스분쟁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협상을 하고 있는 양국은 결론을 내지 못해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협상기한을 하루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인상된 가스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36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양국 협상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프토가즈(국영 가스회사)에게 유럽이나 미국의 일류 국제은행 보장 하에 36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변경이 필요하지만 러시아 국민들도 이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가스값을 4배 가까이 올린 러시아의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며 “이는 양국간 경제와 국민·국가간 우호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프토가즈 역시 “러시아가 1월 1일부터 가스공급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가스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1000㎥당 50달러에 제공하던 가스가격을 시장가격인 230달러로 올리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가스공급을 전면중단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3년에 걸친 단계적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동맹국이었던 두 나라는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오렌지혁명’에 성공한 후 친서방 정책을 내세우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이영희기자 misqu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