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새해 예산안 오후 처리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총 144조8000억원 규모의 새해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비롯해 이라크파병 연장 동의안, 5개의 8·31부동산대책 후속입법안, 방위사업법안 등 18개 안건을 처리한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개정사학법 원천무효화를 주장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17대 국회는 지난해 12월31일 밤 새 회계연도 시작을 불과 20분 남겨놓고 예산안을 처리, 최고 늑장처리라는 기록을 남긴 데 이어 올해에도 신기록을 수립하게 됐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가칭) 등 여야4당이 이날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함에 따라 사상초유의 준(準)예산 편성사태를 면하게 됐으나 정국경색은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겸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생과 국익을 외면한 정치파업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예산안 처리 지연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마저 게을리하는 일”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의사일정 보이콧 방침에 따라 국회에 등원하지 않고 박근혜 대표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일제히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보육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종무식을 대신했다. 이날 강재섭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9일 사학법 저지 실패 및 원내활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이날 처리된 새해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145조7000억원보다 9000억원 줄어든 144조8000억원 규모로 국방비 등을 중심으로 1조9000억원이 삭감되고 사회복지비 등 1조원이 증액됐다.

이라크파병 연장 동의안은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한을 내년 말까지 1년간 연장하는 대신 내년 상반기부터 부대규모를 2300명 이내로 조정했다.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정한 파병동의안에 대해서는 표결에 불참하며 민주당은 권고적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정했다.

국회는 이와 함께 부동산대책의 후속입법인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법인세법 개정안도 의결한다. 올해 국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됐던 비정규직법안,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 불법도청 X파일 관련법 등은 내년으로 처리가 미뤄졌다.

김상협·김남석기자 jupiter@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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