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경이 웬만큼 힘들지 않는 한 나라를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일 리 없다. 막상 떠나 보면 여러 모로 여의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해외 공장을 가진 291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발표한 ‘제조업체 국내 U턴 현황과 전망’은 이 상식을 통하지 않게 한다. 응답 기업의 94.6%가 해외로 옮긴 공장의 국내 U턴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중국 진출 기업 가운데 67.5%는 중국의 투자 매력도가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국내보다는 낫다”고 답하고 있다. 국내 U턴 생각이 없다는 기업 중 31%는 현지 투자를 더 확대할 계획이며, 54%도 최소한 투자 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옮기더라도 국내가 아닌 제3국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9.8%에 이르렀다.

일본도 한때는 엔화 급등에 따른 국제경쟁력 약화로 인해 많은 기업이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한 적이 있다. 매스컴에서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를 우려한 것도 우리나라 사정과 다르지 않았다. 요즘은 다르다. 환율의 의미있는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물론 임금부담이야 크지만 자동화 등으로 생산성을 높일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게다가 고이즈미 정권의 일관된 시장친화적 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구축되는 것도 큰 이유임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기업 현실은 거꾸로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올라가기만 하는 고임금, 제조 공정이나 공장 이전까지 간섭하려드는 전투적 노조, 언제 어디서든 경제의 발목을 잡는 관료들의 ‘유비쿼터스 핸드’, 국민 대다수의 근거없는 반기업 정서 등이 얽히고설킨 채 풀리거나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기업은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국민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투자부족과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 현실은 이렇듯 기업을 밖으로 내몰다시피 한 정책 오류의 자업자득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5% 성장이라는 시원찮은 정책목표마저 헛돌기 십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