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기원에 관한 학설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개가 ‘길들여진 늑대(domesticated wolf)‘라는 사실에는 학자들간 이론이 거의 없다. 현존하는 4000~5000 종의 포유류 가운데 개는 자연적으로 진화하지 않은 몇 안되는 동물 중 하나다. 인류가 수만년에 걸쳐 인간친화적인 방향으로 선택적 번식과 품종 개량작업을 한 것이다.

개는 몸무게가 불과 1㎏ 안팎인 미니 애완견 ‘치와와’에서부터 최고 100㎏에 육박하는 사역견 ‘마스티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300여종이 분포한다. 크기와 습성, 생김새는 각양각색이지만 한결같이 인류의 가장 오랜 친구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주인을 섬기는 충성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찬의 대상이다.

미국의 작가 조시 빌링스는 ‘개는 인간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인간을 사랑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A dog is the only thing on earth that loves you more than you love yourself)’라고 했다. 가위 개 예찬론의 극치라 할 만하다. 우리 선조들은 개를 천시하는 속담을 많이 남겼지만 배은망덕하거나 반인륜적 행동을 한 사람 등을 빗대 ‘개만도 못한…’이라고 힐난함으로써 개의 충직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개는 근본적으로 늑대를 조상으로 둔 탓에 핏속에 야성(野性)이 존재한다. 이 야성이 외부의 독특한 상황변화나 환경적 요인 때문에 돌발적으로 분출되는 경우 맹수로 돌변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만도 여러 건의 맹견사고가 잇따랐다. 개에 물려 숨지거나 부상한 사람들은 어린이나 노약자, 부녀자 등이었다. 사고를 낸 개들은 대부분 식용으로 키우던, 웬만한 성인 남자 몸집의 잡종 도사견이다. 태어나서부터 우리 속에 갇혀 먹고, 배설하고, 살찌는 일만 한 이런 개들은 ‘친구’가 아닌, 동물적 본능만 존재하는 맹수일 뿐이다. 어쨌거나….

우리 선조들은 개를 잡귀와 액운을 물리쳐 가내 행복을 지켜주는 동반자로 여겨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06년 병술년(丙戌年) 개띠 해를 맞아 전통유물 속에 담겨 있는 동반자로서의 개를 조명한 ‘우리의 오랜 친구, 개’ 특별전을 열고 있다. 내년 2월 27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한번쯤 전시장을 찾아보면 뭔가 새로운 ‘개띠 해의 구상’이 샘솟지 않을까 싶다.

[[박광주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