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DVD를 본다고 하면 영화를 보는 것과 동의어로 생각하지만, DVD로 영화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장엄한 오페라를 S석에서 감상하기도 하고, 자연의 신비한 세계로 탐험을 떠날 수도 있다. TV에서 방영되었던 시리즈 드라마를 방영시간에 관계 없이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DVD의 매력중의 하나다.

지난 2004년 미국 ABC방송에서 제작해 당당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로스트 시즌 1’이 대표적인 TV시리즈물 DVD다. 모두 7장의 디스크로 제작된 이 DVD는 한번 몰두하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계속 보고 싶은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러닝타임 2시간 정도인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떨어지고 지루한 느낌도 있지만, 드라마 특유의 방대한 인물설정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가 매력적이다. 드라마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정체불명의 외딴 섬에 떨어진 생존자 48명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무대로 등장하는 ‘섬’이란 공간을 놓고 시청자들의 추론이 분분하다.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버뮤다 삼각해역처럼 제3의 장소다’ 또는 ‘돈 많은 부자들의 볼거리를 위한 거대한 세트장’이라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사실은 제작자들조차도 명확한 설정이 안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주연으로 나오는 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영화 ‘쉬리’의 남파 공작원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윤진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쉬리’에서 여전사로 세상에 자신을 알린 김윤진은 사실 ‘미모의 여배우’는 아니지만, 이 미국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그녀는 매우 매력적이다.

DVD의 화질과 음질은 수준급. 근접 촬영에서는 화면의 톤과 디테일이 매우 잘 표현되었지만, 원경의 경우 윤곽선이 뭉치기도 하고 암부에서는 노이즈도 보이는 것이 좀 아쉽다. 폭발장면과 괴물 등장을 알리는 효과음 등 음향효과가 단연 돋보인다. 제작 뒷얘기를 담은‘서플먼트’만 빌려 볼 수 있으면 하는 팬도 있을 만큼 스페셜 피처도 풍부하다. 서플먼트에서는 제작 다큐멘터리, 캐스팅과정, NG장면 모음과 촬영장인 하와이 오하우섬과 세트장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