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수학교과서=‘대입 시험에서 수학은 영점을 맞았으나 다른 과목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얻어 명문대 국문학과에 합격했다.’ 어느 소설가가 자전적 에세이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본고사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이런 일이 생기기 힘들다. 특차로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라고 해도 수학 과목은 잘해 놓고 봐야 한다.

이 책은 ‘수학을 잘하고 싶은 중딩들을 위한’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있다. 중딩, 그러니까 중학생때까지 수학과 친해두지 않으면 평생 멀어진다. 어른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수학이란 녀석과 친해진다는 것은 성격이 까다롭고 무표정한 급우와 가까이하기보다 어렵다.

저자 나숙자씨는 20년 넘게 수학교사를 하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학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을까를 연구해 왔다. 수학 점수를 높게 받는 아이들도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문제풀이의 반복이 답을 내는 능력은 키우지만, 수학을 통해 세상 원리를 알아가는 즐거움은 빼앗아간다는 결론. 수학의 원리나 개념이 얼마나 정확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아이들 스스로 알게 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가령, 수업시간이 10분 33초가 남았다고 말하려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에 수업시간이 얼마 남았다고 누구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근사값 개념이 생겼다고 말해주니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렸다. 집합 개념을 방송국의 개그맨 모집 공고를 통해, 여집합을 ‘왕따’와 연결지어서, 2의 거듭제곱의 위력을 수타면을 뽑아내는 과정을 통해 설명해봤다. 아이들의 수업 참여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 저자의 경험담이다. 원리와 개념을 알게 되니 아이들은 상상력을 덧붙여 수학을 시로, 만화로, 속담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저자는 그런 아이들의 작품을 ‘수학신문’에 담아왔다. 두 권짜리 이 책은 그런 생생한 체험의 산물이다. 그림 신상희, 부키. 각권 9800원.

◈‘요놈의 감홍시’ ‘ 잠 귀신 숙제 귀신’=‘ 개구리가 / 곽곽곽곽곽/ 내 알 누가 훔쳐갔노!/ 나는 가슴이 벌떡 뛰었다.’(‘개구리 알’) ‘ 비가 내린다/ 개구리가/개구럭/ 개구럭./자꾸만 할머니 생각이 난다. ( ‘개구리 소리’)

위의 동시들은 각기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학생들이 쓴 것이다. 경북의 초등교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고 있는 이호철씨가 아이들의 동시작품을 모아 2권의 책으로 펴냈다. 책에 실린 그림 역시 모두 학생들이 그린 것이다. 이씨는 고 이오덕 선생과 더불어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활동을 했다. 어린이들이 인위적으로 짜낸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난 ‘진짜 시’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요놈의 감홍시’가 풀, 꽃, 나무, 소, 돼지, 닭, 참새, 개미 등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한 것이라면, ‘ 잠 귀신 숙제 귀신’은 학교생활, 가족, 이웃들에 대한 소박한 느낌을 담고 있다.

‘ 한 문제 틀려서/ 쫘악 긋는 옆 짝/ 내 가슴이 쭉 / 째지는 것 같다./ 맞으면 내 가슴이 펄쩍 뛴다./ 나는 틀리고/ 다른 아이가 맞으면 /머리에서 뿔이 난다. ’(4학년 어린이의 ‘시험’)

“도시에도 얼마든지 자연이 있습니다. 시멘트 틈에 올라오는 새싹, 아파트 모퉁이에 혼자 피어있는 꽃, 찻길 옆에 올라오는 새싹… 길가에 서 있는 나무를 보세요. 온통 시멘트가 덮여 있는 곳에서 얼마나 힘겹게 살고 있습니까. …그런 것들을 살펴보고 시를 쓰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씨의 말에 공감을 하는 이들은 자녀에게 이 책을 권해도 좋을 듯 싶다. 보리. 각 권 7500원.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