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 도래이후 한국사회의 화두는 온통 ‘중산층 몰락’과 이에 대비한 ‘사회안정망 구축’이란 명제로 집결됐다. 과연 한국의 중산층은 외환위기 시점을 기준으로 몰락했으며, 결과적으로 계급이 양극화됐을까? 이 책은 중산층 몰락과 사회양극화는 과장된 피해의식에 근거하거나 증거불충분한 명제였다고 결론짓는다.

세명의 저자는 ‘중산층 보호-육성’요구로 집결됐던 중산층 몰락의 문제를 중산층 설정부터 의식변화까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가령 중산층을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이냐,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계급론에 근거한 것인가, 혹은 베버이론에 집중된 계층론의 이론으로 설정한 것인가를 시작으로 중산층 몰락신화의 예와 근거로 언론및 보수학자들의 논문 등을 차례로 비교해가고 있다.

계급, 계층론을 막론하고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든지, 의식변화를 기본으로 한다든지 어떤 식으로든지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테마를 추적한 결과, 이 책의 결론은 사회양극화라는 우려는 매우 과장되고, 대단히 목적의식적인 신화였다는 것으로 집결된다.

IMF체제가 시작됐던 1998년 이후와 IMF체제가 시작되기 이전인 1990년대를 비교해보면 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저자들은 화이트계급으로 상징되는 사무직 근로자의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이를 대체하는 신중간계층의 태동이 활발해졌고, 계층 귀속의식 변화를 보더라도 중상층 몰락지표는 없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조사대상과 통계를 갖고 있는 통계청의 조사결과에도 1999년과 2003년간의 계급의식 변화는 별반 다르지 않다. 즉 중산층이라는 답변은 1999년 54.9%, 2003년 56.2%였으며, 하층 귀속의식은 1999년 44%에서 2003년 42.4%로 변화된다.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실질의식수준에 있어서도 양극화라는 관점은 극도로 과장된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왜 이렇게 존재하지도 않은 ‘중산층 몰락’을 두려워했는가? 저자들은 이를 정치적 성향과 연결해 분석한다. 즉 한국의 보수언론과 보수학자들은 외환위기 시절 가장 고통이 큰 노동자-서민(즉 하층)의 상황보다 다분히 감정적으로 ‘중산층’보호신화를 만들어나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보수주의, 혹은 무정견의 집단이라는 중산층에 대한 기대와 고정관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마치 황우석 신화처럼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시절의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일종의 신화를 만들고, 불충분한 근거와 자료에도 불구하고 이를 증명하는데 주력해왔다는 것이다.

이인표기자 l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