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타산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마르지 않는 망상의 샘이다. 진상을 보고자 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진리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는 한, 진리에 대한 공포이다.”

‘세계 일기문학의 정수’로 불리는 스위스 문학자이며 철학자인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1821∼1881)의 책이다. 제네바대에서 미학과 철학을 가르쳤으며, 여러 권의 시집과 평론서를 낸 저자는 평생 세상과 담을 쌓고 독신으로 살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이 책은 1만7000장에 이르는 40년간의 기록을 몇 개의 주제로 축약한 것이다. 그의 사후 프랑스 등지에서 출판되면서 세계적인 스테디셀러가 됐다.

아미엘은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공존을 두려워하는 특이한 성격, 그리고 병환 등으로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일생을 보냈다. 고독과 고요함에 몸을 맡겼지만 그 생활을 즐긴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복잡한 내면을 성찰과 명상을 통해 일기로 옮겼다. 그러나 단순한 신변잡기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역사, 사회, 인간내면에 대한 반성과 고뇌를 깊이있게 다루었다. 이희영 옮김.

엄주엽기자 ejy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