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순간이 꽤 있다. 올해 주식시장이 바로 그랬다.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푸념 중의 하나는 바로 “주가가 이렇게 오를 줄 알았더라면…”이었다.

“아파트를 팔아 주식에 묻었으면 타워팰리스로 옮기는 건데”, “아무 종목이나 사뒀으면 로또가 따로 없었을텐데”라는 한탄의 소리가 높았다.

올 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53.9%, 막판 ‘황우석 쇼크’라는 복병을 만난 코스닥지수도 무려 84.5%나 뛰어올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군다나 1000%이상 뛰어오른 종목이 7개나 출현하는등 10종목중에 8~9종목은 오르는 ‘십중팔구’, ‘물 반 고기 반’ 장세였다.

특히 올해는 주가가 올라도 개인투자자들은 강건너 불구경하기 일쑤던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적립식펀드(11월말 현재 526만계좌)를 포함한 간접투자계좌수가 1000만계좌에 육박한 가운데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평균 57%에 달하는 좋은 성과를 거뒀으니 그 어느 때보다 간접투자로 웃는 사람이 많았던 셈이다. 덕분에 오랫동안 썰렁하던 여의도의 저녁풍경도 요즘 부쩍 달아올랐다. 여기저기에서 ‘고급식당에 저녁예약이 어려워졌다’‘넘쳐나던 대리운전 기사를 제깍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등 체험담이 활황의 바로미터로 제시됐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기록 풍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전반의 체감경기는 영 신통치 않았던게 사실이다. 증권맨의 속사정도 ‘외화내빈’이긴 마찬가지여서 개인 성과주의 탓에 일부 영업직을 제외하면 두둑한 활황 보너스는 기대난망이라고 한다.

내년 주식시장 전망도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주가가 올라도 모두가 행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론이 만만찮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게 마련, 지금은 ‘로또 주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대수익률과 이에 걸맞는 냉정한 투자전략을 모색할 때다.

이수진 경제부기자 lu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