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골드스타말고 제니스말고 LG의 이름을 알려라.’

LG전자가 본격적으로 ‘LG’브랜드로 북미 시장에 본격적인 진입을 시도한 건 2002년.

모든 산업이 다 그렇겠지만 TV를 포함한 가전업계에서도 북미 시장은 정면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최후의 승부처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뒤 곧바로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북미 시장의 특징은 월풀, 메이텍, GE 등 가전업체들과 베스트바이, 로우스, 홈데포 등 전자 전문 유통업체의 밀착 관계가 강해 신규업체의 진입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LG전자는 머리를 썼다. 일단 베스트바이를 잡은 것이다. 당시 베스트바이의 경우 정보기술(IT) 기기, TV 등에서 상당한 강점을 지녔지만 나머지 생활가전에선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었고 생활가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LG전자는 베스트바이를 통해 미국 각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LG전자의 차별화된 제품은 초기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홈데포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LG전자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특히 LG전자는 프리미엄급 가전 시장에 주목했다.

LG전자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김재승 차장은 “이른 시간에 프리미엄급 가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는데 프리미엄급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LG전자의 시장 점유율도 초고속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요즘 유행이 되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에 딱맞는 모델인 셈이다.

LG전자는 유통업체 판매직원들을 대상으로 제품 교육을 철저히 했다. 제품을 분해해 차별화된 기능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 것. 제품의 품질에 대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다. 판매직원들에게 준 감동이 고객한테도 전이됐기 때문이다.

초창기엔 골드스타, 제니스라는 이전 브랜드가 걸림돌이었다. LG라는 브랜드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이때 LG전자는 호주 지역에서 써서 호평을 받았던 기업 슬로건 ‘라이프이즈굿(Life’s Good)’을 기존‘디지털리유어스(Digitally Yours)’ 대신 사용했다. 따뜻한 느낌의 Life’s Good은 미국인들을 감동시켰고 LG 브랜드를 그들 마음속에 가뿐히 안착시켰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