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지난 28일 한국은행 출입기자들과 난상토론을 한 내용이 보도된 뒤 우리 사회가 장교수에게 보인 관심은 뜨거웠다. 일부 매체의 경우 ‘신문의 얼굴’이라는 사설에서도 장교수의 주장을 다뤘으니 가히 ‘장하준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장교수와의 토론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29일(문화일보 5면 보도)에는 국내 유수의 국책연구원 원장실에서 “원장님이 장교수님의 발제문을 보고싶어 하신다”며 “발제문을 한 부만 얻을 수 없겠느냐”며 연락해왔다. 불행히도 이날 토론회는 발제문 없이 자유토론으로 진행돼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었지만 경제연구원장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뜻밖이었다.

언론매체의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신문·TV·방송 등 모든 매체에서 “장교수에게 출연이나 기고를 부탁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하루종일 빗발쳤다. 청와대 등 정부 부처에서도 장교수가 토론회에서 현재의 한국 경제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지자 토론회 개최 배경 등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교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동안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경제학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장교수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도외시하고 있던 부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장교수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유행에 머물거나 장교수가 현시점의 한국 경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표피적으로 활용하는 식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장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우리가 외환위기 이후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였던 글로벌스탠더드의 폐해는 없는지 차분히 살펴보면서 앞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는 것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길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먼 길이기 때문이다.

조해동 경제부기자 hae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