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나라당의 ‘대선 3수(修)’는 성공할 것인가. ‘고졸출신 대통령 불가론’을 거론한 전여옥 대변인, ‘골프장 폭탄주 난동사건’의 곽성문 의원, 그리고 이들 사건을 유야무야 넘어가는 박근혜 대표의 심리적 배경과 동기를 관찰해보면 한나라당을 관통하고 있는 기본정서를 분석하고 한나라당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왜 박 대표는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가려 할까.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대학을 다니지 않은 국민을 포함해 서민, 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부족하다. 그런 의식의 일부가 전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왔다. 그 이유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성장한 정치인·재벌들의 2, 3세, 가문좋은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의 자제 등 한국의 신흥계급들이 권력을 향해 모여든 세력이 박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의 중추세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엔 평생 “오냐오냐, 그래 네가 제일 똑똑하고 잘났다”는 찬사를 들으며 성장하다가 가문의 후광 덕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TK, PK의 몰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서민에 대한 애정이 없고, TK·PK를 자신들의 영원한 지역기반으로 인식하는 풍토 때문에 한나라당은 고졸 출신, 그것도 입지전적인 ‘상고출신’에 의해 두번씩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데 대해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대졸 출신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참아왔던 얘기다. 그러다가 지난번 재·보궐선거에서 23대 0으로 이기자 정권을 다 잡은 것으로 착각하고 슬슬 그같은 한나라당의 몰서민적 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2년만 기다리면 정권을 잡게 되니 자신의 출신지역 상공인들을 불러다 폭탄주에 만취해 술병을 던지며 정치자금을 내라고 협박할 수 있는 배짱이 생기고 있다.

곽 의원은 대구 상공인들과 골프를 치고 폭탄주를 마신 뒤 그들을 향해 맥주병 두개를 던지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양주병을 던지고, 던질 술병이 더 없으니 안주접시를 또 두개나 던졌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열린우리당한테 가져다주는 돈의 10분의 1은 줘야 할 것 아니냐”고 호통쳤다. 거의 ‘조폭’이 되어버린 곽 의원의 이런 발언은 “2년뒤 정권을 잡으면 너희들은…”이라는 협박이 아니면 무엇인가. 이회창 대세론이라는 고질병이 박근혜 대세론으로 병명만 바꾸어 그대로 도지고 있다.

박 대표가 대중정치인임에도 전 대변인을 경질하지 않고 대신 사과하며 감싸고, 곽의원 사건에 대해 못본 체하고 있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정책 중 부정적인 면을 빼닮았다. 박 대통령이 이후락, 차지철, 김형욱 등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든 자신에게 충성만하면 면죄부를 주었던 기억을 새롭게 하고 있다.

곽 의원은 사석에서 박 대표를 대신해 폭탄주를 마셔줄 만큼 측근 대열에 진입한 ‘흑기사 사단’의 핵심인물이다. 맹목적 충성파와 TK·PK들로 이뤄진 ‘흑기사 사단’이 지금 박 대표 주변에서 인(人)의 장막을 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도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박 대표의 세상에 대한 경험과 인식의 한계,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잘못 체득한 제왕학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 대표가 측근들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손가락을 잘라 병역을 기피하고 거짓말로 하늘을 가려온 이광재 의원, 부친의 전력을 왜곡한 ‘민족정기’로 승승장구해온 김희선·신기남·이미경 의원 등의 ‘금배지’를 처리하지 않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것도 안희정씨가 구속의 문턱을 오르내릴 즈음 그를 청와대에 불러들이고, 측근들에게 “희정이한테 잘해줘라”고 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부터였다. 대변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조폭의 망동을 서슴지 않는 곽 의원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박 대표를 보면서 그가 집권한다면 ‘흑기사 사단’의 폐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인사정책으로 국민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들 것인지를 쉽게 떠올린다.

박 대표는 야당대표로서 소금과 같은 짠맛을 잃어버리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박 대표는 측근들이 던져주는 ‘자폭주(自爆酒)’에 취하고 있다.

[[윤창중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