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아버지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 ‘존경받는 부모가 되려는 아버지 모임’ 등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모임들이 10여년 전부터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이같은 조류는 이제 ‘아버지’라는 존재가 그저 아이를 낳음으로써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만들어가야 하는 위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한 서적들도 그동안 적지 않게 출판돼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아버지로 가는 지름길’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다.

새로 출간된 ‘파더링(Fathering·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미국에서 150명에 이르는 아버지들과 인터뷰를 통해 걸러낸 생생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터뷰 내용을 일단 제시한 후 그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일종의 지침을 뽑아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아주 좋아하는 딸이 축구시합을 막 끝내고 나오자 아버지는 딸에게 잘했다며 지나치게 치켜세운다. 그러자 아이는 아버지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빠, 난 형편없었고, 그건 아빠도 알고 있어.”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아이들은 아버지의 얘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귀신같이 알아챈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상당시간 아버지를 눈여겨보면서 아버지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해보려고 애쓴다는 것. 아이들은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관찰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며, 이 결과 아버지 자신 이상으로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따라서 아버지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며, 아이들에게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인터뷰한 아버지들의 연령대도 폭넓게 걸쳐 있다. 이제 막 아빠가 된 젊은 아버지에서부터 중년의 아버지, 노년의 아버지, 그리고 이혼한 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입장에 처해 있는 아버지들의 육성이 담겨 있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이같은 인터뷰에서 뽑아낸 33가지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만난 수많은 아버지들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본 건 처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한 화젯거리로 삼아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데 비해 아버지들은 혼자 끙끙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읽는 이의 나이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똑같은 사례 몇가지는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인 옮김.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