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선대 회장이 척박한 한국의 경영 자원을 토대로 `시스템 경영'의 싹을 틔웠다면, 아들 최태원 회장은 `뉴 SKMS' 선포를 통해 한국식 경영 모델의 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갖고 있는 기업관과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들어봤다.

- 시스템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과거 50년 기업 경영 환경과 앞으로 50년의 환경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과거 50년 동안 중요했던 건 경영자였다. 실무자들이 2~3년씩 고민해 만든 프로젝트도 최고경영자가 혼자 검토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운영해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영 현안에 대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러나 시스템 경영은 동시에 사람으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체계를 말한다. 그래서 사람이 바뀌어도 파괴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경영 자원이 희소했기 때문에 유능한 경영자의 판단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한국도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됐다고 본다."

- 기존 SKMS와 뉴 SKMS는 어떻게 다른가.

　"과거의 경영은 주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회사와 직원의 관계 설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고객과 주주와 사회가 모두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떠올랐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기업의 잠재 고객이자 주주로 규정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풀어나가는 것이 뉴 SKMS의 핵심이다."

- 올바른 기업지배구조는 어떤 형태라고 보는가.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의사를 결정하는 주체다. 한국 기업들은 오너 경영에 길들여져 있어서 이사회 중심의 의사 결정 시스템에 익숙지 않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 역할 구분도 분명치 않다. 경영 현안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의 몫이고, 회장으로서 나의 역할은 장기적인 생존과 발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SK의 핵심 철학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효율성을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