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대목인 설연휴. 극장가는 관객을 불러들일 화제작으로 그 어느때보다 풍성하다. 특히 올 설연휴는 한동안 부진했던 한국영화가 모처럼 화제작들을 잇따라 선보여 한국영화의 새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설 연휴 볼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한국영화 빅3〓한동안 부진에 빠져있던 한국영화가 화제작들의 잇따른 개봉으로 다시 활기를 찾을 전망. 이미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가 개봉 첫주말에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파워를 과시하고 있고, 감동과 눈물코드의 ‘말아톤’이 역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후발주자인 ‘그때 그사람들’ 역시 사회적 논란만큼 만만찮은 흥행력이 예상된다.

지난해 설연휴를 즈음해 ‘실미도’로 1000만 신화를 일궜던 강우석감독의 ‘공공의 적2’는 투박한 감성으로 시대의 민감한 부분과 대중정서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강감독의 흥행사다운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영화다. 정치권력과 유착해 불의를 일삼고 아버지와 형마저 살해하는 악마적인 기업가(정준호)라는 공공의 적에 맞서는 양심적인 열혈검사 설경구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부당한 권력, 가진자들의 횡포를 고발하고 응징하는 내용이 최근 시대정서와 잘 맞물려 국민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평.

‘말아톤’은 감동과 눈물코드의 영화.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눈물나는 가족이야기 붐을 잇고 있지만, 가학적이고 상투적인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스무살 자폐청년의 마라톤 완주기라는 휴먼드라마적 소재를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게’ 풀어간 신인 정윤철 감독의 감각이 돋보인다. 조승우의 연기 역시 합격점. 가족용 영화로도 좋은 선택이다.

상영금지 가처분소송에 법원의 3개장면 삭제결정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그때 그사람들’은 영화가 몰고온 정치적 파장은 물론이고, 리얼리즘 일변도의 기존 역사정치영화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화적 상상력으로 단연 눈여겨볼만한 작품이다.

블랙코미디 어법을 빌려 대통령(송재호)과 김부장(백윤식) 등 거사의 주인공뿐 아니라 김부장의 부하들(한석규)에서부터 이름없는 경호원 요리사 술자리의 여자들에 이르는 ‘그때 그사람들’의 하루를 희비극적 풍경으로 스케치했다. 한석규와 백윤식의 호연, 탁월한 공간구성이 돋보인다.

◈액션 혹은 SF블록버스터〓사막으로 간 첫번째 재난영화 ‘피닉스’가 박진감 넘치는 블록버스터다운 재미를 선사한다. 고비사막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현지에서 비행기를 만드는 사투끝에 탈출에 성공한다는 내용. ‘투모로우’에서 자연재해와 싸웠던 데니스 퀘이드가 이번에는 사막에서의 재난 탈출을 진두지휘한다.‘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와 시각효과팀, ‘터미네이터3’의 기술효과팀이 뭉쳐 만든 새로운 공상과학(SF) ‘콘스탄틴’은 설연휴 첫날인 8일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 ‘매트릭스’멤버의 재결합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작품. 인간세계와 지하세계를 모두 경험한 존 콘스탄틴이 악의 세력이 점령한 어둠의 세계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로맨스팬이라면〓마이크 니콜스 감독,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주연의 고품격 로맨스 ‘클로저’가 단연 눈길을 끈다. 첫눈에 반한 네 남녀의 복잡한 관계속에 이기심 질투 유혹 복수심 등 사랑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면밀히 파헤친다. ‘레옹’의 소녀 나탈리 포트먼이 ‘스타워즈1, 2’를 거쳐 매혹적인 여인으로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국내영화로는 이동건 한지혜 주연의 ‘B형남자친구’가 있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혈액형 맞히기를 컨셉트로 소소한 에피소드와 스타캐스팅으로 꾸며진 킬링타임용 로맨스.

◈좀더 지적인 관객을 위해〓우디 앨런표 영화 ‘애니씽 엘스’가 온다. 소심한 희곡작가(제이슨 빅스)가 변덕스러운 여자친구, 억지대장 매니저 등 주변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이야기로 우디 앨런 영화 불변의 법칙들을 확인할 수 있다. ‘텐 미니츠 첼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이크 피기스, 장 뤽 고다르 등 8명의 거장이 ‘시간’을 주제로 한 10분짜리 다큐를 모은 옴니버스 영화. 단편들을 이어주는 첼로선율이 인상적이다.

◈가족관객〓관객 300만명 돌파에 성공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미국에서는 ‘해리포터’시리즈에 육박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는 팬터지물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 어린이·청소년·가족 관객을 기다린다.

양성희기자 cool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