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꺾을 수 있었던 건 투수들, 특히 중간계투진인 젊은 투수들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젊은 투수들은 다른 모습이다.

원정길에서 1무1패로 만족스럽지 못한 중간성적표를 받은 김응용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 전력을 다했고 그래서 피로가 누적된 것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삼성이 2차전에서 6-1, 8-4로 앞서나가다가 무승부를 허용한 건 믿었던 중간계투진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다. 삼성 마운드는 중간계투의 비중이 강한데, 이들이 체력을 보완하지 못할 경우 계속 어려운 게임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선동열 삼성 투수 코치의 투수 교체 시기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타자와 승부하기 전에 투수를 교체하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선 코치는 권오준(6회) 전병호(7회)를 마운드에 올릴 때 타자와 승부하는 도중에 투수를 교체했다. 결과를 떠나 이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투수 교체 시기를 빨리 결정하지 못했거나, 불펜 투수에게 몸을 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투수교체는 아니며 오히려 구원 투수에게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준다.

현대는 2차전에서 역전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지던 게임을 비겼다. 김재박 현대 감독은 “뒤지고 있어 포기하려는 순간에 타자들이 힘을 내 따라붙어줬다”며 타자들의 끈기를 칭찬했다. 현대 타자들은 개인기량이 뛰어나며 경험이 풍부한데 한국시리즈에서 그 역량을 다하고 있다.

삼성은 좌타자 라인의 중심이랄 수 있는 박한이와 양준혁이 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에서 벗어나 타격감각을 되찾았다는 소득을 얻었다.

이제 3, 4차전은 대구구장에서 벌어진다. 대구구장은 펜스까지의 거리가 수원구장보다는 짧다. 장타가 나올 확률이 그만큼 많다. 그리고 투수들이 지쳤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3차전부터는 투수력 보단 타력에 의해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타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자기 스윙궤적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iTV 해설위원 www.gbk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