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두산이 만난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이 1패한 뒤 내리 3연승을 달리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특히 4차전 내내 명승부를 펼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인지 프로야구의 메카인 잠실구장은 3차전(16일)에 이어 4차전(17일)에도 만원사례를 이뤘다. 올해 잠실구장이 매진된 건 플레이오프 2경기를 포함, 4번뿐이다. 따라서 플레이오프 2경기의 만원사례는 병역비리의 홍역을 앓은 프로야구가 팬들의 사랑을 되찾았다는 의의를 지닌다.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는 마운드에서 희비가 갈렸다. 삼성은 김진웅 배영수 호지스가 선발투수의 역할을 해주었고 권혁 박석진 권오준 임창용으로 이어지는 중간계투진이 철벽을 자랑했다.

특히 왼손 투수인 권혁의 성장은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권혁은 1승1패로 균형을 이루던 3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1타자에게 한번도 1루를 허용하지 않는 역투를 펼쳤다. 3차전이 사실상 이번 플레이오프의 흐름을 좌우했다고 볼 때 권혁은 한국시리즈 진출의 숨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두산으로서는 아쉬움이 큰 플레이오프였다. 특히 번트를 아낀 건 못내 아쉬웠다. 두산은 3차전에서 4회와 5회, 그리고 4차전에서는 5회 7회 8회에 병살타로 득점찬스를 날려버렸다. 페넌트 레이스 133경기 가운데 1경기가 아니라 단기전인 플레이오프다. 빅게임인 만큼 희생번트로 안전하게 득점찬스를 살리는 정석 플레이를 펼쳤어야 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두산은 다른 팀들에 본보기가 된다. 올시즌을 앞두고 모든 전문가들이 두산을 꼴찌 후보로 지목했으나 두산은 시즌 내내 상위권에 머물렀고, 준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통과했다. 초보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포스트 시즌에서 3연승,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면 된다’는 진리를 두산은 올시즌 프로야구에 남겨놓았다.

iTV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