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경기도 남양주시)은 조선 7대 임금 세조(1417~1468)와 왕비 윤씨의 능이다. 세조는 타고난 무골로 왕자시절부터 사냥과 관병(觀兵)을 즐겼다. 지금의 광릉 숲을 이루는 주엽산, 소리봉, 축석령 일대는 세조가 자주 찾던 사냥터였다. 세조는 죽어서 사냥터에 묻혔고 이 능림 일대 산야는 벌목, 채석, 매장이 금지되었다. 조선 조정은 이 숲을 신성하게 여겨 엄격하게 통제했고, 철종 때까지 역대임금은 광릉에 참배했다. 숲은 온전히 보존되었고, 수종이 다양하고 건강한 산림을 이루었다.

소리봉 쪽은 서어나무, 졸참나무가 대종을 이루는 천연활엽수림이고 주엽산 쪽은 정상은 소나무, 서어나무가 대종을 이루면서 남동쪽 능선을 따라 느티나무들이 나타난다. 광릉의 능원에는 소나무와 전나무가 들어섰고, 크낙새가 이 숲에서 산다.

숲은 오랜 시간 속에서 저절로 모습을 바꾸어 완성된 생태계를 지향한다. 소나무 그늘에서 자라던 참나무는 소나무보다 키가 커져서 소나무의 세력을 밀어낸다. 여러 숲 속에서 소나무의 시대가 저물고 참나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어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숲이 가장 안정된 숲으로 꼽힌다.

광릉 숲에는 주봉인 소리봉을 중심으로 서어나무의 군락이 번창하고 있다. 식물학자들은 이런 숲을 ‘극상림’이라고 부른다. 안정된 숲은 나무들의 세력이 조화에 도달해서 먹이피라미드가 정돈되고 모든 나무와 풀과 새와 벌레들이 자신의 위계 속에서 질서를 갖는다. 세조의 무단정치는 잔혹한 피바람을 몰고 왔지만, 왕도의 꿈은 그의 사냥터였던 광릉 숲에서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광릉의 ‘극상림’은 지금 여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