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왠지 남자라는 느낌이 안 들어. 내겐 2%쯤 부족하달까. 하지만 수다도, 쇼핑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짱’이야. 불만 없어.”

“다른 남자한텐 절대 못 하는 이야기도 네겐 털어놓게 돼. 정말 땡큐 곱빼기 땡큐야.”

듣는 사람한텐 한없이 치명적인 멘트다. 외견상 칭찬인데 내용은 은근슬쩍 상대가 당신에게 “넌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조금도 없어”하고 고백해오는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아마 당신도 종종 별뜻 없이, 심지어 특별한 우정의 표시랍시고귀여운 아기에게 볼 부비듯- 그런 멘트를 던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짤막하지만 강력한 멘트는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다. 쓸 때는 스스로 한없이 균형잡히고 너그러운 인간이라도 된 듯 느끼게 되지만, 상대로부터 얻어들으면 묵직한 비참함이 가감없이 엄습하는 걸 차마 막을 도리가 없다.

물론 그녀가 당신의 관심분야 밖이었다면 충격파도 간단히 외야로 흡수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역시 중요한 건 타이밍. 가뜩이나 요즘 ‘작업 경기’가 안 풀려 의기소침해 있는데 갑자기 누가 그 딴 소리를 해대면, 이미 그건 애교스런 산들바람 정도가 아니라 스산한 폭탄급 위력으로 당신을 강타할 터 특히 각종 ‘실연 사고’로 마음은 한없는 하향곡선이오나 정력만은 정상가 이상일 때라면, 당신의 다음 행동방침은 보나마나다.

‘내게 저런 오만한 멘트를? 오오냐, 두고보자. (으드득 바드득)’

이렇게 해서, 결국 한 남자가 관심에도 없던 여인을 향해 무한질주하는 해괴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100% 자연산 연애(사랑)보다는 자존심 걸고 덤비는 레포츠형 비즈니스(사냥)에 더 흥분하는 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에또 뭐 그게 딱히 어떻다는 건 아니고(시비 거는 거 아님 -..-;), 그런 가공할(?) 멘트와 맞닥뜨렸을 땐 다음 몇 가지 코드를 고려해 상대의 진의를 파악해두라는 것.

엉뚱한 데서 힘 뺄 필요야 없지 않겠느냐 이 말씀.

[그녀의 속말 1] ‘말 그대로야. 죽어도 그 이상으론 안돼. 딴 생각 말라구.’(불타오르는 당신의 승부욕으로도, 안되는 건 안된다.)

[그녀의 속말 2] ‘어쩜 그리 내게 무관심하니.그 시큼짭짜름한 맛을 너도 어디 볼 테야?’ (나름대로 애교있는 그녀는 아직 당신에게 미련이 있다.)

[그녀의 속말 3] ‘정말 네가 좋지만 여기까지~ 이 특별한 친밀감을 깨지 말아줘.’ (고단한 상대다. 냅두자.)

[그녀의 속말 4] ‘헷갈리는데, 더 갈까 말까? 네 생각은 어때?’(떠보는 그녀의 마음도 지금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타이밍상 한방에 낚아채면 딱.)

/ 위쯔 (마음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