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그녀완 어땠었는데?”

몇 년간 알고 지낸 친구 ‘화들짝’ 군이 어느날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이러는 거다.

“이럴 때 여자 심리는 대체 뭐야? 알 수가 있어야지.”

“뭔데?”

“몇 달 사귄 여자친구가 있거든. 그녀가 어느날은 내게 정말 달콤하고도 황홀한 오럴을 해주면서 이러는 거야(정확히는 열심히 하다 말고 문득, 말똥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오빠, 예전에 사귄 여자들 중에도 이런 거 잘하는 사람 있었어요? 자세히 어떤 식이었어요? (동작을 개시하며) 이런 거 좋아해요? 예전 느낌도 비슷했어요?’ 거의 기절 직전에 그런 질문을 받으면 후딱 깨잖아. 황당하더라고.”

“크하핫.”

“나 역시 황당함을 무릅쓰고 물었지. ‘그런데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날 못 믿어?’ 그녀가 대답하데. ‘못 믿긴요. 그거야 내 감으로 척하면 착이지. 그런 시시한(헉) 질문은 아니고…, 아, 물론 이왕이면 그녀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경쟁 심리도 조금은 있겠죠. 하지만 그보단 우선, 오빠의 옛날 모습이 정말 궁금해서 그렇다니까.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타입의 상대와 호흡이 맞았을지? 그때와 지금은 또 어떻게 다를지? 오빠의 표정과 신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절로 그런 게 궁금해지거든. 오빠는 안 그래요?’ 어훗, 그래도 이해가 안 되더라니까. 세상에, 여자에게 질투도 경쟁심도 의심도 없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배려가 가능해? 그런 여자가 지금 내 코앞에 있는 거라고? 너라면 쉽게 믿고 털어놓을 수 있겠느냐 이 말씀!”

하긴, 남자라고 본능적인 방어 욕구가 왜 없겠는가 말이다. 다 살아보자고 그러는 건데, 쩝. 난 그냥 애매한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물론 그녀를 믿어. 그런데 역시, 그런 경우에도 너무 많은 걸 말하지는 마. 명쾌한 그녀라도 내심 이런 답을 기대할 테니까. ‘별 거 없어. 네가 최고야. 의미도 없는 걸 왜 자꾸 묻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숨에 답해야 한다는 게 포인트야. 하지만 때론….”

“때론?”

“또 모르지. 정말 뒤끝 없이, 질투도 경쟁심도 의심도 없이, 그저 네 느낌을 물을 수 있는 타입이라면 그 이상의 대화도 가능할 걸. 한 번 잘 판단해보라고. 그녀가 어느 쪽인지?”

“쳇, 다시 출발점이군.”

화들짝 군은 그래도 은근히 기분좋은 듯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사랑하는 그녀가 어쩜 후자쪽일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하면서.

/ 마음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