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늦깎이 장가를 간 친구 ‘흠뻑’ 군이 자랑스럽게 털어놨다.

“아, 나는 머리 안 감은 내 마누라 머리통 붙잡고 자는 게 젤 행복하더라”

“으아, 큐큐~~.” “대단해~~ 대단해~~.”

다들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었지만, 그래도 짐짓 ‘이해해~’ 하는 투였다. 미혼인 ‘새침’양은 그런 친구들이 못내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그런 말이 웃으면서 나오니? 연인의 머리에서 그런 냄새가 났다는 건, 벌써 네 사랑이 식었다는 증거 아닌가? 한창 로맨스에 빠져 있을 땐 그런 게 영 눈에도 몸에도 들어오지 않잖아. 하물며 코엔들 무슨 악취가 날 리 있겠냐고.”

다들 ‘넌 대체 무슨 행성에서 왔냐’ 는 투로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당당한 의문엔 한줌의 장난기도 없다는 사실을 알곤 곧 경악! 이크크….

“난 말야, 지하철에서 서로의 얼굴을 불과 5㎝ 이내로 붙이고 자는 애들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들거든. ‘쟤네들 저러다 팔 저릴 텐데? 저봐 저봐, 슬슬 증세가 나타나지. 겁도 없이 애인에게 팔을 받춰주다닛. 입냄새는 또 어떻구, 상대의 머리 냄새도 꿈에 나타나기 시작할 걸….’ 그런 생각 하느라고 에로틱한 감상 따윈 상상도 못하지. 다들 그런 ‘고단한 현실’을 어케 견디나 싶어? 환타지 두텁게 덧입힌 로맨스를 유지하기도 보통 힘든 게 아닐 텐데~.”

“너, 너무 이상에만 젖어 있는 거 아냐? 그래 가지구 제대로 연애나 해보겠냐고? 껑.”

어엇. 한데 그녀의 자부심은 뜻밖에도 의기양양, 하늘을 찔렀다.

“아, 물론 사랑에 빠지면 일단 그런 결벽증이 싹 사라지긴 하지. 남녀관계에도 일종의 ‘마법의 시기’가 있단 걸 나도 안다구! 하지만 그 후 지겹도록 반복될 ‘콩깍지, 그 이후’를 생각하면 그 황홀기란 그야말로 ‘한줌짜리’에 불과한 거 아닌가. 난 한 달 안팎의 마법기를 거치면 어김없이 뒷걸음질치게 되더라고.

뻔질나게 먹고 마셔대면서 하루종일 이빨 한 번 안 닦는 건 보통이고, 용변 후 물도 잘 내리지 않는데다 칠칠맞지 못하게 그 흔적까지 몇 방울 남겨버리는 남자들의 뒤끝이라니! 으아아~~~. ‘한때’ 그렇게 근사하던 그도 어김없는 자연산이란 걸 깨닫고 나면 김이 팍 새는 걸 느껴. 그 뜨겁던 열정도 어쩔 수 없이 곧 오리발을 내밀고 말더라고. 딜레마야, 다들 어떻게 그 현실을 견뎌내는지 미스터리라고.”

“이그그, 사랑이란 그러게 ‘콩깍지’만 낼름 주워먹는 게 아니라니까, 이 바보야!”

“몰라몰라, 흑~. 사시사철 쾌적한 연애를 위한 ‘감각 일시정지 장치’라도 설치해얄까봐.”

나름대로 심각한 그녀의 ‘콩깍지 딜레마’는 이렇게 깊어만 간다.

/ 마음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