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북측응원단을 배웅하며

안상학 시인



잘 가시라 인사할 날도 멀지 않았으리/ 평양 담배를 건네던 사내야/ 통일시 많이 쓰라던 가시내야/ 잘 있으시라 손 흔들 날도 멀지 않았으리



응원석을 가로지른 철망을 넘나들던/ 환하고 환한 한반도기 아래 어깨춤 아저씨야/ 그 큰 너울 받들며/ 안경 너머로 글썽이던 아줌마야/ 통일이 가까운 것 같시오/ 역시 우리는 한 핏줄이라요/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낯선 남녘 사내의 손을 잡던/ 팔뚝에 문신이 새겨진 사내야



낯설게 낯설게 작은 통일이 우리에게 왔듯이/ 대구은행 연수원 길섶에 핀 때아닌 개나리처럼/ 통일이 언제 어느 때 불쑥 우리 곁에 다가오더라도/ 지금 우리가 머뭇거리며 서로를 껴안듯/ 가슴 여는 것만큼 잊지 않을 일이리/ 꼭 껴안고 볼 비비더라도/ 서로의 가슴 다치지 않게 체온부터 나눌 일이리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버스냄새로 멀미하던 가시내야/ 배구경기장에서 그만 코피 쏟던 가시내야/ 등이라도 두드려 주고 싶었던/ 일회용 화장지라도 건네고 싶었던/ 두 손 멀쩡히 두고 그 많은 마음의 손을 자르고 자르던/ 머리핀 하나 자장면 한 그릇 건네지 못한/ 남녘땅 소심한 사내를 용서하시라



잘 가시라/ 잘 있으시라/ 우리 앞에 인사할 날 다시 없다는/ 다음에 만나면 다시 헤어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오늘만 원없이 한없이 등이라도 치고 지며 헤어지자



눈 맑은 망울망울 가시내들아/ 이제 너희들의 마지막 응원은 북에서 할 일/ 이천만 동포의 눈망울이 어떤지 우리에게 보였듯이/ 경기장에서 공연장에서 거리에서/ 응원하는 너희들을 응원한/ 남녘땅 사람들의 그렁그렁 눈망울 담아가 전하거라



잘 가시라 잘 있으시라/ 지금 우리가 이룬 작은 통일이/ 응원석 철망을 넘나들던 한반도기 큰 너울이/ 내일은 휴전선 철책을 아프게 덮으며 웃을 날 오리/ 맑디맑은 하늘 아래서 껑충껑충 하나될 날 오리/ 안녕히 잘 있으시라니/ 이런 인사 오늘이 마지막이리/ 안녕히 잘 가시라니/ 이런 배웅 오늘이 마지막이리 그래, 지금은/ 부디 잘 있으시라 부디 잘 가시라



대구 U대회 북측 응원단을 이들의 숙소와 경기장, 이동 차량 등에서 단독 동행취재했던 안상학(41)시인이 1일 응원단의 귀환에 맞춰 송별의 시를 보내왔습니다.

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북지회 부회장인 안시인은 ‘그대 무사한가’(한길사),‘안동소주’(실천문학)등 시집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