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측 ‘미녀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이 길가에 비에 젖어 걸려있다며 버스에서 내려 이를 철거해 가져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28일 오후 1시 30분쯤 경북 예천군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여자양궁 응원을 마치고 대구로 이동하던 북측응원단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때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이 새겨져있던 4개의 현수막이 비에 젖어 길가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 탑승해있던 버스를 정지시킨 뒤 현수막을 뗐다.

이날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응원전을 펼친 북측 응원단 150여명은 대구로 돌아오는 길인 예천~안동 34번 국도 진입로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고 버스를 정지, 현수막을 철거했다.

현수막에는 한국전쟁전후피학살자예천유족회 등이 ‘분단장벽 허물면서 오신 동포 선수단 여러분 환영합니다’, ‘북녘 동포 여러분 환영합니다. 다음에는 남녘과 북녘이 하나되어 만납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김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북측 응원단 일부는 상기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을 꺼내 빗물을 닦은 뒤 “허수아비(장승)에 장군님의 사진이 걸려있다니…”, “장군님 사진이 이렇게 낮게 걸려있다니…”, “장군님 사진에 어떻게 도장(검인)을 찍을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응원단은 현수막을 떼어낸 뒤 김 위원장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도록 현수막을 양끝에서 잡고 버스로 돌아갔다.

이날 소동으로 예천~안동 34번 국도 진호국제양궁장 진입로 일대 교통이 30여분간 통제됐다.

이날 현장을 지켜 본 경찰 관계자는 “최고지도자 사진이 비에 젖었다고 눈물까지 흘리며 항의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북간의 이질감이 얼마나 큰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씁쓸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천〓신선종기자 hanu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