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큼 유명해진 작가나 배우들을 보면, 가끔 다음과 같은 멘트를 빼다박은 듯 애용하더라.

“그동안 제가 좀 고갈된 것 같아서…, 당분간 충전기를 둘까 합니다.”

몇 년쯤 쉬면서 에너지를 비축해주겠다는 말씀이다. 정말 복 터진 사람들이네…. 그것도 어느 정도 유명하고 돈도 벌어두었을 때 얘기지, 우리 같으면 어디 꿈이나 꾸겠냐고.

그런데 적어도 연애에서 만큼은 내 의지대로 조절하는 것이 ‘언뜻 가능한 것도’ 같다. 먼저 대시할 용기를 내거나, 다가온 상대에게 ‘노’나 ‘예스’를 선택적으로 던질 힘은 적어도 내게 남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다행이네, 하나라도 그런 게 있어줘서…. @. .@ 그래서 오늘 당신은 짐짓 거만한 표정으로, 또 피곤함을 가장하며 말한다. 비극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이.

“나 사랑은 잠깐 스톱할래 좀 쉬면 안될까? 사랑은 넘 피곤해. 지쳤다니까.”

“웃기는 연애만 해봐서 이제는 좀 까다롭게 고를까 싶어. 아무거나 넙죽 집지는 않을 거라구. 심사숙고해서 천천히 천천히…. 이번엔 절대 서둘지 않을 테야.”

나름의 포부는 그럴 듯하다. 그런데 연애란 건 정말 이상해서, 한 번 손을 놓고 나면 그것으로부터 영영 인연이 멀어지고 만다 이거다. 거기에 ‘이번에야말로 이상형을 만나리~’ 라는 거창한 야망까지 두루 갖추게 된다면? 에쿠쿠! ‘잠시 휴식’이라 생각했는데 그 길로 트렌드에도 감각에도 무뎌진 ‘만년싱글’로 정착해버리기 쉽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배우의 연기력 향상 만큼이나 끊임없는 노력과 긴장 그리고 부지런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늘 현장에 얼굴을 내비치며 갈고 닦지 않으면 실력은 결코 늘지 않는다. 계속 버벅대느니 잠깐 우아하게 쉬어주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착각도 야무지시지~. 실력 있는 작가나 배우들도 예의 그 ‘잠깐 휴지기’ 수법을 동원했다 종종 낭패를 보고 마는 것을. 쉴 틈 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이제 그런 시도는 더 이상 현명한 처신이 아닌지 모른다. 고단한 당신에겐 된통 안타까운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으흐흐.

연애플레이에도 이른바 관성이라는 게 있다. 기름칠을 해주듯 계속 시도해야 더 나아진다. 시행착오가 두렵다고, 힘 빼는 게 귀찮다고 우아하게 ‘잠깐’ 쉬어주다간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되고 말 거다. 어설퍼도 고! 고! 고! 무조건 실전을 계속하면서 갈고 닦는 게, ‘마음만’ 에베레스트 정상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보다 백 배 유익하다는 결론.

물론 이건 몽롱해진 연애중독자 -일명 ‘연애중태’에 빠진 사람들- 들을 향한 권유는 절대 아니다. 연애가 두렵고 귀찮고 황망하다는, 소심한 당신을 향한 격려라니까. 홧팅팅!

/ 마음 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