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동차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놀랍게도 그래서 종종 여자의 몸에 비유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풍자만화가였던 모리스 앙리의 그림을 떠올려보자. 날로 뚱뚱해지는 아내들의 실루엣을 자동차 몸체로 코믹하게 표현한 것이 압권(?)이었다. 물론 여자들이 보기엔 좀 썰렁했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드라이브는 곧 섹스처럼 즐거운 ‘작업’이었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마음대로 차의 구석구석을 만지고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들의 마음을 끌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잘 빠진 차를 ‘남자의 자존심 리스트’에 당당히 올려놓곤 흐뭇해한다.

요즘도 그런 옛문화의 잔재는 겁도 없이(^-^;) 남아서, 새차 모델이 나오면 꼭 그 옆에는 섹시한 여자모델들이 대기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카피들도 종종 누군가의 빵빵한 몸매를 연상시키는 성적 표현들로 채워져 은근히 남자 고객들을 도발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미 많은 여자들도 그와 비슷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차체의 동선, 성능 좋은 엔진의 듬직한 질감, 한 손에 날렵하게 잡히는 기어의 포만감 등은 종종 그녀들을 흥분시킨다.

특히 ‘모든 걸 그대 뜻대로~’라고 말하는 듯한 자동차의 명민함과 날렵함은 만족 그 자체!

“녀석은 제 곁에 24시간 대기 중인 애인 같아요. 아직 현실에는 없는 일편단심 이상형.”

자동차는 종종 그녀들에게 ‘초보남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섹스에는 ‘아직’ 문외한인 귀여운 남자들. 그들과 상대하는 일은 꽤나 귀찮은(?) 작업이어서, 보통의 경우라면 그녀들은 약간의 두통과 현기증을 느낄지 모른다.

‘신입사원 연수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런 궂은 일을 도맡아야 해?’ 하며 툴툴댈 수도 있다.

“한데 이 녀석은 조금 다르거든요. 조용히 수줍게 따라오면서도 날 피곤하게 만들지 않죠.”

두근대는 녀석의 심장소리에 흠뻑 젖노라면, 타임머신을 탄 듯 옛 시절의 신선한 기억을 잠깐 대출할 수도 있다(물론 평생 무이자할부). 이처럼 그녀들의 싹싹한 야망과 활달한 레포츠 정신 그리고 섹시한 에너지는, 자동차 영역에까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마음 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