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여야 대선자금의 동시공개를 제안하면서 대선자금문제 해법은 다시 여야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나라당은 16일 ‘꼼수’ ‘대국민사기극’ ‘물귀신작전’등 극단적 용어를 동원하며 이틀째 청와대의 제안에 불쾌감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선 건국이후 대선자금이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결국 대선자금공개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있다. 시민단체는 지금처럼 여야가 대선자금을 둘러싸고 대충 정치공방을 벌이다가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대표는 이와관련, 15일 이회창 전총재 장모상 상가에서 “지눈(노무현대통령을 지칭)에 대들보 박혔는데 멀쩡한 사람들 눈까지 수술하라는 거다”며 “우리를 부정한 것처럼 물고들어가는 것은 비겁하다, 나 열받았다”고 강하게 청와대를 비난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 대선자금 공개를 위한 두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상관없이 먼저 공개하는 방안이다. 민주당내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펴는 사람이 있지만 당론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민주당이 공개하면 한나라당도 마지못해 공개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시민단체는 이같은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은 226억여원, 민주당은 266억여원을 각각 선관위에 선거비용으로 신고했다. 정치권에선 각 당이 최소 1000억원이상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여야가 자진 공개하더라도 제대로 공개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는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민주당 대선자금을 강제적으로 공개시키는 방안이다. 최대표는 이미 몇차례 “검찰수사를 통해 민주당 대선자금 비리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특검을 도입하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도 건드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감한 방안이다. 한나라당의 대선자금공개는 비주류였던 최대표와 크게 상관없지만 이전총재와 주변 인물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다.

당 일각에선 “특검을 추진한다면 이전총재의 정계복귀가 사실상 물건너 가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대표측은 이때문에 특검을 하더라도 대선자금내역조사가 아닌 ‘윤창열게이트 수사’등으로 한정해서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천영식기자 kk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