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콤비 프로서 숙명의 대결

만화하면 누가 뭐래도 스포츠 만화다.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과 땀방울이 일궈낸 승리는 그 어떤 성공 이야기보다 감동적이기 때문. 그러나 스포츠 만화를 볼 때마다 부담스러운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방대한 분량이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20권 이상은 기본. 때론 1부, 2부로 나뉘어 50권이 넘어가는 만화를 한번 손에 잡게 되면 시간적, 경제적인 손실(?)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4권으로 완결된 만화 ‘배터리’(카와구치 카이지 글·그림, 대원씨아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절대 이야기 구조가 허술하게 새나가지는 않는다. 제목 ‘배터리’는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의 조합을 지칭하는 용어. 이야기의 주인공은 고교시절 환상의 배터리로 활약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은 투수와 포수 카이후와 무토, 두 친구다.

고교 졸업 이후에도 같은 팀에서 멋진 배터리로 활약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졸업 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다. 포수인 무토는 일본 내 최강팀인 도쿄 이글스에 입단, 2군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하는 반면 투수인 카이후는 코쿠라 메츠라는 일본 최하위 팀을 택하며 당돌하게 선언한다. “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고. 게다가 카이후는 “앞으로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절대로 자책점을 주지 않겠다”는 말도 안되는 선언을 한다. 이제 경쟁자로 그라운드에 선 카이후와 무토. 카이후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무토는 그에게 점수를 따내는 첫번째 타자가 되겠다는 투지를 불태운다.

물론 짧은 것이 최고의 미덕은 아니다. 마지막권을 덮고 나면 짙은 아쉬움과 함께 ‘조금만 더…’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만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속에 주인공들의 요동하는 심리상태는 물론, 주변 인물들의 사연까지 꼼꼼하게 그려낸 작가의 능력은 놀랍다. 어마어마한 분량이 부담스러워 쉽게 스포츠 만화를 펼치지 못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맛깔스런 작품이다.

misquick@munhwa.co.kr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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