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에도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2월 출범하는 노무현정부의 개혁과 변화의 바람에 맞춰 외부 전문가 영입과 세대 교체 등으로 지방분권의 기틀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자치단체들은 특히 외자유치, 정보기술(IT), 컨벤션산업 등 첨단 신산업 육성 등의 경제관련 업무에 민간인 전문가를 집중 영입해 활용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기구개편을 통해 지난해 영입한 음성직 전 중앙일보 전문위원과 양윤재 전 서울대교수를 각각 대중교통개선 정책보좌관(1급)과 청계천 복원정책보좌관에 재임용, 업무효율화를 기했다. 또 기금운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예산과 기금운용팀장(급)에 김태우 전 하나은행 자금관리담당을 영입했다.

경기도는 여성정책국장과 서울사무소장, 도립박물관장 등을 외부인사로 채웠고 외국인 1명을 포함한 4명의 전문인력을 뽑아 외자유치와 국제통상 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KRI)의 한 연구원은 “이철규 원장 등이 지난 12일부터 미국을 방문, 하버드, 매사츠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UCLA)대학 등을 돌며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면담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2000년 8월 공석중이던 정무부시장에 충남 부여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신동수(57) 전 현대전자 상무를 영입해 재미를 보고 있다. 신 부시장은 공무원 경력이 없었으나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구사능력이 뛰어나고 해외구매와 국제금융업무에 다년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외자유치, 시 부채 문제를 전담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영입한 배영철(45)국제협력과장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벨스테이트대학 경영학석사와 미국 뉴욕주 소재 바츠칼리지 회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회계 전문가이다.

포항시는 산·학·연 복합체로 조성중인 재단법인 포항테크노파크에 포스코건설 사장을 역임한 이명섭 테크노파크 단장 등 모두 5명의 외부 전문가를 배치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에 장세탁 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본부장을 공개 채용했다. 장 원장은 2005년까지 IT 분야에서 수익모델을 발굴해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해달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에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4월 정해수 전 KOTRA 부사장을 벡스코(전시컨벤션센터)대표로 공개 채용,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년간 부산 모터쇼와 월드컵 조추첨, 부산아시안게임등의 초대형 국제행사와 전시행사를 성공적으로 연계해 벡스코를 흑자경영으로 돌아서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5월까지 교통분야에 민간전문가를 기용해 산적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시는 지난 98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송병기(41)씨를 울산시 교통정책연구담당(5급 상당)으로 채용해 울산의 각종 교통현안을 해결했다. 시는 조직개편으로 새로 신설될 교통기획단 단장(4급)에 민간 교통전문가인 송씨를 재영입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지난달 광주컨벤션센터 건립단장에 조용복 전 KOTRA 취리히 무역관장을 특별 채용했다. 조 단장은 성과만큼 연봉을 지급받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됐다. 시는 지난 10월 투자유치기획단장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수출팀에 근무하는 고병원 부장을 영입했다.

전북 군산시는 아예 외부의 민간인 전문가들을 외자유치 네트워크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자유무역지역과 군장 국가산업단지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 및 자본을 유치하는 법인이나 개인에게는 투자규모와 고용인원을 감안해 최고 1억원까지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전문인력을 파견형식으로 지원받아 경제관련 핵심업무에 활용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8월 경제통상실 투자유치 심의관및 투자유치과장 직무담당으로 포스코의 정태현 부장과 홍대승 과장을 각각 임명했다. 이들은 포스코의 해외투자사업및 경영기획분야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대전시는 그동안 선거공로자나 공무원출신 발탁설이 나돌던 시 체육회 사무처장으로 대학교수를 임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임 이창섭 사무처장은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출신으로 대한올림픽위원회 대학스포츠위원, 한국스포츠학회 대전시지회장 등을 역임한 전문체육인이다.

이같은 지자체들의 민간인사 영입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영입인사와 행정조직간 잦은 충돌과 불협화음으로 업무 추진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방행정조직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 수혈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임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실질적인 권한부여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김순환·김창희·박팔령기자 soon@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