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 쏟아지는 풍성한 초가을 햇살, 아직도 지난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어 푸른 곰소 앞바다가 진한 갯냄새를 물씬물씬 풍기며 발효하고 있다. 변산반도 남단에 자리한 자그마한 포구 곰소. 이즈음의 곰소는 바닷가 염전이 뿜어내는 하얀 소금과 그 천일염으로 담근 젓갈이 제철을 맞는다.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에서 빠져 변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보자. 곰소항이 가까워지며 차창으로 밀려드는 한낮의 갯비린내는 여느 포구와 분명 다르다. 소금과 젓갈이 풍기는 짠내, 그 냄새는 시인 문병란이 ' 비린내 땀매 눈물내'라고 표현한 바로 그 젓갈의 행기인지 모른다.

곰소 들어가는 길목 30번국도변의 남선염업(063-582-7511)은 국내에 몇개 안남은 천일염전중의 하나다. 20여채에 이르는 시커먼 목재소금창고와 바닷물이 증발하고 있는 15만여평의 회갈색 염판이 이채롭다.

곰소염전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곰소에 항만을 축조했다. 범섬 곰섬 까치섬이라는 3개의 무인도를 연결해 염전을 만들고, 제빙공장도 세워 어업전진기지로 삼았다.

곰소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곰처럼 생긴 2개의 만과 앞바다에 깊은 소(沼)가 있어 붙여졌다고 한다. 곰소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남선염업의 유기성생산부장은 “예전부터 곰소 염전은 간수를 적게 사용해 소금을 만들어 특유의 쓴맛이 거의 없다”며 “곰소젓갈의 명성도 바로 이 소금으로 간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염전을 지나 포구로 가는 길에는 도로 양쪽은 물론이고 부둣가에까지 천일염과 젓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젓갈을 사려는 외지인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가게마다 젓갈의 대명사격인 새우젓부터 각종 액젓류에 멸치 밴댕이 갈치 오징어 꼴뚜기 창란 명란 소라 아가미 등 젓갈을 늘어놓고 판다. 그중에서 김장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젓갈은 가을에 잡은 새우로 담그는 추젓과 까나리액젓. 추젓은 4㎏에 1만8000~3만원. 까나리액젓은 4.5㎏에 8000원을 받는다.

새우젓중에서도 예로부터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반찬용으로 쓰이는 육젓은 1㎏에 5만~5만5000원을 호가한다. 젓갈가게마다 천일염도 파는데 30㎏들이 한포대에 8000원이다.

곰소포구는 들고나는 배들과 갈매기떼, 그리고 수산물시장을 찾은 외지인들로 북적거린다.

그러나 요즘 이름난 포구면 어디나 한두개씩은 들어서 있는 대형회센터 대신 부두 방파제를 따라 빼곡히 들어찬 포장횟집들로 흥청거린다.

관광횟집촌이라기보다는 추억의 포구를 더 많이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광어 우럭 농어 민어 같은 횟감에 개불 멍게 등 각종 어패류들을 저렴한 값에 맛볼 수 있다. 최근 잡혀올라오기 시작한 꽃게도 매운탕감으로 인기다. 꽃게는 1㎏에 1만원 정도.

곰소항 수산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게는 자매수산(063-582-9514)이다.

수산물시장 골목으로 들어가 가게앞에 서면 일단 분위기부터 다르다. 몸빼 대신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주인들의 손님 부르는 소리가 활기차다.

큰언니 김연순(48)씨를 비롯, 은선(42) 인선(37) 경선(34) 금선(32) 연수(30) 등 모두 여섯자매가 각종 활어와 선어, 어패류, 건어물 등을 팔고 있다.

6자매중 머리를 양갈래로 따고 갈색베레모로 한껏 멋을 낸 금선씨의 자랑. “곰소의 3대 명소가 어딘지 아세요? 첫째는 천일염전, 둘째는 곰소젓갈, 그리고 셋째가 바로 우리 자매수산이에요.”

/부안 곰소〓이경택기자 ktlee@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