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유럽,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할 때 전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권익 보호 장치도 유럽,미국 등에 크게 뒤져있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미국의 4~5배, 일본의 2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럽은 산별 노동조합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노조원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단체 협약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근로조건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프랑스는 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엄격하게 비정규직 고용을 규제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정규직의 결근 등으로 인한 일시직 대체, 기업 업무의 일시적 증가 등의 경우에만 기간제 고용이 가능하다. 또 기간제 노동자는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법률과 노동계약, 단체협약 및 관행을 똑같이 적용받는다.

독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특별휴가와 크리스마스 상여금, 각종 연금 혜택을 정규직과 동등하게 누린다.

개인생활을 즐기기 위해 편의점, 음식점 종업원 등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짧은 취업기간과 불안정한 근로조건에 한계를 느껴 ‘수도권 도쿄 유니온’을 결성, 권익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급증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7개 노동사회단체·정당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철폐 100만인 서명운동본부’가 최근 발대식을 가졌으며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 기본권 보장 관련 법안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한 비정규직에 대한 권익보호 문제를 대통령선거를 석달여 앞둔 시점에 정치·사회 이슈로 쟁점화한다는 전략이다.

비정규노동자 차별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박영삼 정책국장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노동자가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입법 등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