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시장 가는 길은 항상 설렘으로 넘친다. 들고나는 고깃배들의 분주한 모습에 부산스러운 어판장 경매, 그리고 생선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흥정까지 합쳐져 시끌벅적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속에는 갓 잡은 생선 비늘처럼 싱싱한 삶의 열기가 있다. 포항의 죽도시장. 경북 최대의 어시장으로 꼽히는 죽도시장의 새벽은 오전 6시쯤 어판장에 울려퍼지는 경매인의 요령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죽도시장 경매는 동빈 내항에 접한 횟집거리에 들어선 어시장과 기다란 내항을 가로지르며 놓인 ‘동빈큰다리’옆 부둣가 등 2개 장소에 나뉘어 열린다.
^
어느 곳이나 경매인이 매기는 가격에 따라 상기된 표정의 상인들 얼굴에 희비가 교차한다. 어시장에서는 보통 선어경매가, 부둣가에서는 횟감용으로 쓰이는 활어경매가 열린다.

한쪽편에 경매가 한창인 어시장에는 광어 도다리 우럭 볼락에, 방어 고등어 그리고 각종 돔 종류, 또 오징어 문어, 산낙지까지 별의별 생선이 좌판이나 광주리에 올려져 새벽장을 보러나온 부지런한 주부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횟집거리에는 물회 간판이 즐비하고, 몇몇 집은 고래고기도 메뉴로 내놓고 있다.

외지인들에게 죽도시장은 어시장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약 2㎞ 구간에 걸쳐 내항을 따라 길게 뻗은 시장에는 내항과 접한 어시장이나 횟집거리 외에도 건어물시장, 농산물시장, 가구점 등 전형적인 재래시장의 면모를 보여주는 상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점포수만 모두 2000여개. 그러나 역시 죽도시장의 활기찬 모습은 어시장이 대변한다.

어시장 통로와 점포는 대낮에도 백열등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어시장 양편으로는 좌판까지 포함해 200여개의 횟집이 성업중이다.

좌판 앞을 지나다보면 흔히 들리는 “보소 아재요, 회 좀 사가이소”라고 외치는 포항아지매들의 목소리가 정겹다. 인심도 후하다. 10만원 안팎이면 대여섯명의 장정이 좌판에 둘러 앉아 실컷 회를 먹을 수 있다.

“최근 일부에서는 대형 할인점과 쇼핑몰의 잇따른 진출로 죽도시장의 위기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죽도시장은 여전히 동해안 최대의 상설시장이다. 특히 죽도시장에 와보지 않고 포항을 얘기할 수 없다.” 죽도시장상인연합회 최일만 회장의 자랑이다.

죽도시장은 50여년전만 해도 형산강 지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지역에 위치한 늪지대였다. 죽도라는 이름도 장마철이면 종종 범람하는 물길을 잡기 위해 일대에 대나무를 많이 심어 생긴 이름이다.

그러나 포항제철이 인근에 들어서며 형산강 물줄기를 막아 예전의 강줄기는 이제 내항으로 변했다. 그리고 지난 연초에 그 내항을 가로지르는 길이 165m 아치형 다리인 동빈큰다리가 개통했다.

죽도시장하면 대표적인 먹을거리가 2가지 있다.

겨울철에 먹는 과메기와 물회. 특히 과메기는 전국 물량의 50% 이상이 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한해 매출액만 600억이 넘는다. 위판장의 경매를 통해 연중 가장 많이 거래되는 문어 매출액보다 2배가 많은 액수다.

예전에 죽도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즐거움중 하나는 내항 건너편 해변의 송도해수욕장을 찾는 일이었다. 4㎞에 걸친 고운 백사장이 울창한 해송숲과 함께 이어져 명사십리로 불렸다. 그러나 오폐수가 유입되고, 모래사장이 유실되면서 이제는 명목상 해수욕장으로만 남았다. 그러나 해송숲은 여전해 바닷물에 몸을 담글 작정이 아니면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포항〓이경택기자 ktlee@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