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리, 박부장, 김사장은 모두 한 직장에 다니는 봉급생활자들이다. 이들의 연봉은 강대리가 2500만원, 박부장이 5000만원, 김사장이 1억원. 이들이 1년동안 내는 세금 총액은 자신의 소득과 비례할까.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해서 ‘유리알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생활자는 연봉에 따라 근로소득세(직접세)를 달리 낸다. 기본공제(100만원적용)와 표준공제(60만원)를 제한 뒤 강대리가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로 납부하는 금액은 49만600원(근로소득세44만6000원+주민세 4만4600원). 박부장은 449만9000원(근로소득세 409만원+주민세 40만9000원), 김사장은 1760만원(근로소득세 1600만원+주민세 160만원)을 각각 세금으로 떼인다. 강대리는 연봉의 1.9%, 박부장은 8.9%, 김사장은 17.6%를 근로소득세로 내는 셈이다. 연봉이 많을수록 당연히 세금도 많아진다.

그러나 직장 밖에서 이들이 먹고 마시고 입는데 들어가는 각종 소비지출에 붙는 세금(간접세)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대리는 연간 자동차세로 23만1720원, 자동차세에 붙는 교육세(자동차세의 30%)로 6만9516원 등 자동차 보유에 따른 세금만 30만1236원(아반떼 98년식 1500cc기준)을 낸다. 휘발유에도 세금이 붙는다. 매주 40ℓ정도의 휘발유를 넣는 강대리는 교통세로 ℓ당 586원을 부담, 연간(52주) 121만8880원을 국가에 헌납한다. 교통세의 15%인 교육세(연간 18만2832원)와 교통세의 12%인 주행세(연간 14만6266원)에다 부가가치세 10%(연간 22만480원)를 포함하면 1년동안 자동차 연료로만 176만8458원의 세금을 낸다.

담배 한 모금을 빨아도 세금을 내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담배 1갑에 공통으로 붙는 세금은 담배소비세 510원, 담배소비세의 50%인 교육세 255원 등 모두 765원. 여기에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하면 하루에 담배 1갑씩 피우는 강대리는 1년에 31만원의 세금을 낸다는 계산이다.

일과후 마시는 소주나 맥주에도 어김없이 세금이 붙는다. 강대리가 1주일에 마시는 술은 평균 소주 2병, 맥주 5병정도. 술 1병에 붙는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합치니 소주(참이슬 기준) 1병에 385원, 맥주(OB라거 기준) 1병에 611원의 세금이 붙는다. 연간으로 환산하니 소주 104병에 4만40원, 맥주260병에 15만8860원이다. 결국 강대리가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담배 피우고 술마시는데 들어가는 세금만 1년에 257만8594원에 이른다.

문제는 강대리 연봉보다 2∼4배 더 많이 버는 박부장이나 김사장도 납부하는 세금은 똑같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타고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대가로 부담하는 세금은 강대리에게는 연봉의 10.3%에 이르지만 박부장에게는 5.2%, 김사장에게는 2.6%에 불과하다.

이처럼 직접세는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붙지만 간접세는 소득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부과된다. 한 나라의 조세체계가 직접세에 비해 간접세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부담이 가중되고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미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중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3.2%로 90년대이후 가장 높다. 간접세비중은 지난 1990년대와 2000, 2001년에는 45~50%선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불가피한 추세라는 입장이다. 최경수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세계적으로 자국에 유리한 투자나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다”며 “직접세비중의 하락, 간접세비중의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조세저항이 예상되는 소득세 등 직접세보다는 전화세나 교통세 등 징수가 용이한 간접세를 끌어올리는 방식의 조세정책을 채택했다고 비판한다.

이강원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간접세비중이 올라간 것은 조세저항을 피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가 팽배했기 때문”이라면서 “복잡하고 징세편의주의적인 현 조세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