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은 지난 1년 동안의 업무실적에 따라 경영평가를 매겨 실적이 부진한 일선 점포장들에겐 그에 상응한 인사조치를 내린다. 실적은 일선 점포장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프로농구의 감독들도 금융계의 일선 지점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감독들도 한 시즌 성적에 따라 다음 시즌의 지휘봉을 계속 잡느냐, 실업자가 되느냐로 갈린다.

때문에 매경기 피를 말리는 승부를 펼치고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프로농구가 6시즌을 보내는 동안 성적부진을 이유로 박광호·최명룡(전 동양), 황유하(전 골드뱅크), 이충희(전 LG), 최종규·김동욱(전 삼보) 등 쟁쟁한 사령탑들이 물러났다.

다만 지난 시즌엔 모든 감독이 성적에 따른 문책없이 그 자리에 연착륙해 이번 시즌을 맞이했다. 그래서 만일 이번 시즌에 기대한 성적이 안 나오면 팀을 떠나는 감독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특히 중하위권 팀 감독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감독의 스트레스는 이 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미국 트라이아웃 시장에서 선발한 용병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감정 대립이 생기게 되면 한 시즌을 망치게 된다. 나아가 팀 분열로도 이어진다. 그러기에 상전과 같은 용병을 다스리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K팀의 J감독은 “아마추어 감독시절에는 이렇게까지 승패의 결과에 중압감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프로세계의 현실은 냉혹하다.

농구계의 최다연승 기록을 지니고 있는 고려대 박한(현 고려대 체육위원회 부위원장)전 감독은 80년 12월 종합선수권 대회에서 해병대에 패하며 49연승에 마침표를 찍고나서 “왠지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져도, 이겨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감독이란 직업이다. 농구팬들은 멋있는 승부를 연출하는 감독을 많이 이기는 감독보다 더 오래오래 기억한다. 승부사인 감독들도 이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정재섭기업은행 Find 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