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욱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83년에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시애틀의 워싱턴대에서 70여개국의 정치체제와 경제발전과의 관계에 관한 모델을 제시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나 ‘일반적’인 사회학 연구에 대한 회의를 느껴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역사사회학적 방법론으로 한국 식민지 시대 농촌사회를 연구해 91년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식민주의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한국의 근대이행 과정에서 식민성과 근대성의 중첩과정을 설명하는 ‘식민지 근대성’이라는 개념을 제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소위 사회학의 주류 방법론이 아닌 역사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한국사회를 연구해 미국 사회학계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

주요 연구주제는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민주화운동과 반미운동 등. 2000년 UCLA에서 광주항쟁 20주년 학술회의를 개최했고, 한국의 반미주의가 비합리적이고 어설픈 운동권자들의 급진적 행위가 아니라 현상황에 대한 고민과 토론 끝에 나온 것임을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해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 한국의 반미주의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광주항쟁을 목격했고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했으나 훗날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화운동을 하며 고생하는 친구나 선배들에게 마음의 빚을 진 느낌이다.” 신교수가 학문의 대상으로 민주화운동과 반미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91∼94년 아이오와대 교수로, 94∼2001년 UCLA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국제학 연구소의 선임연구위원,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의 한국학 프로그램 총책임자. 주요 저서로 ‘식민지 조선의 농민저항과 사회변동’(워싱턴대 출판부, 1996) 등이 있고, 편저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하버드대 출판부, 1999)은 내년 봄 국내에서 번역·출판될 예정이다. /정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