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엿들었죠? 나 경박한 애라고 생각해? 푼수지? 그래도 나 사랑하지? 솔직하게 말해. 나 까탈부리고, 찡그리고, 볼 내밀고, 콧물 질질, 침은 게게 흘리면서 꿱꿱 거위소리 내면서 울거야. 꿱-꿱-꿱-꿱.”

한국적으로 번안돼 독일 브레머 셰익스피어축제에서 주목을 모은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7월1일까지·서울 대학로 아룽구지극장)의 헤로인 장영남(29)씨. 그는 수줍음과 애교스러움, 흥분과 감격이 뒤엉켜 따발총처럼 말을 내뱉던 극중의 왈가닥 소녀 줄리엣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질문을 하면 머쓱해서 머리를 긁으며 잘 대답도 못하는, 수줍어하고 눈이 큰 내성적인 ‘나이 찬’ 여인이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이나, 솔직한 것은 극중 줄리엣과 닮았다.

그는 앞으로 인생계획에 대해 묻자 “배우가 이런 말을 하면 뭐라 하겠지만 결혼해 좋은 엄마가 됐으면 좋겠다”며 “예쁜 애들을 낳아, 아이들한테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상대자에 대해서는 “착한 것은 기본”이라며 “제가 우유부단한 만큼 소신있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장씨는 딸 다섯인 집안의 막내. 아들인 줄 알고 미리 남자이름으로 지어놨다. 위로 언니들은 모두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부들이다.

“어쩌다 연극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중학교 때 그냥 스쿨버스가 멋있어 보여 계원예고에 가서 연극을 했고 소박하지만 우리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즐거워 서울예대로 진학, 배우의 길을 걷게 됐어요.”

장씨가 연극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것은 95년 대학을 졸업하고 목화의 오태석 대표를 만나면서다. 큰 눈에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는 그는 입단하자마자 주역을 맡았다. 그러나 단점인 ‘아기’같은 목소리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를 한 끝에 목이 상해 주역을 놓치고 말았다. 이후 허스키한 목소리가 됐으나,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목소리는 여전해 줄리엣같은 발랄한 역은 아직도 그의 몫이다. 그는 앞으로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몸을 던졌나’ ‘백마강 달밤에’ 등 아직 보지도 못한 오태석 대표의 옛날 작품과 ‘분례기’와 같은 작품에서 풀어진 아줌마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