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알아보겠어요.” “홀로 고생 많았소.”

50년 이산의 세월도 동앗줄처럼 질긴 부부의 정감을 끊어놓지 못했다. 26일 서울 센트럴시티 6층에 마련된 단체상봉장에서 헤어진 뒤 반세기만에 만난 북한측 방문단 최고령자 임문빈(86)씨와 남녘 아내 남상숙(84)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전쟁 직후 서울 영등포에 있던 서울병원 원장이던 임씨는 가족들의 피난 권유를 뿌리치고 환자들을 돌보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움이 더 깊어질까봐 아버지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게 가족들의 약속처럼 돼 있었던 두 딸 태혁(54·의사)씨와 은혁(52·약사)씨는 이날 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마음껏 눈물을 흘렸다.

“딸들을 이렇게 잘 키워줘 고맙소, 고마워”라는 말을 하며 아내 남씨의 손을 꼭 붙잡은 임씨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준 아내가 고마울 뿐입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쪽에 사는 아내와 자식들을 만난 황창수(83)씨는 자신을 대신해 3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아내의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몰랐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50년 9월초 집을 나선 것이 50년이 넘는 생이별의 계기가 될 줄 몰랐다는 황씨의 부인 송순섭(82)씨는 “30년이 넘도록 당신이 집을 나간 9월9일에 제사를 지내왔다”면서 오랜 세월동안 아무 연락도 없던 황씨에게 원망의 눈길을 던지기도 했지만 이내 “난리통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의 북측 가족을 위해 금반지 2개, 은수저 2벌, 시계 2개를 준비한 황씨의 두 딸 순묘(64)씨와 이순(60)씨는 “어릴 때 기억으로는 아버지의 눈이 굉장히 컸었는데 이제는 늙으셔서 그런지 눈이 작아졌다”고 말해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