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만난 꿈에도 잊지 못했던 혈육들, 말보다 눈물이 앞섰던 첫날 상봉이었다. 첫 날 못다푼 그리움을 나누기 위해 모여든 이산가족들로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부산했다.

북측 이산가족들은 노정과 잇달은 상봉으로 피곤함에도 불구 이른 시간부터 식사를 마치고 개별상봉 준비를 했다. 호텔방에서 가족 맞이를 준비하는 이나, 로비에 기다리는 가족이나 모두가 환한 얼굴이었다.

●…감격의 상봉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27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이뤄진 개별상봉에 참석차 일찌감치 도착한 북측 김원중(68)씨의 남측 가족들은 다시 한번 만난 혈육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만남을 시작했다.

이날 상봉에서는 전날 아들을 보고 거의 실신한 노모 이음전(85)씨가 안정을 찾아 차분히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씨는 아직도 50여년만에 아들을 만난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원중씨의 손을 어루만지며 계속해서 원중아 원중아 만 불러댔다. 원중씨는 자신이 가지고 온 사진북의 다섯 남매와 부인을 설명하며 “오마니, 제가 이렇게 손주 다섯을 낳아 길렀습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극구 사양하는 원중씨에게 미리 준비한 개량 한복과 내복을 선물로 건넸다.

●…개별상봉에 앞서 호텔로비는 반세기만에 만나는 혈육과 조금이라도 일찍 만나려는 남측 이산가족들로 분볐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전할 선물을 챙기며 짧은 시간에 나눌 이야기를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번 상봉에서 북의 아버지 리정섭(74)씨를 만나기 위해 부인 정원향(52)씨와 함께 호텔을 찾은 남의 이교선(52)씨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아이들이 아버지를 무척 보고 싶어 하는데 데리고 오질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첫날 상봉을 마친 때문인지 이날 오전 개별 상봉을 앞둔 북측 이산가족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북측 이산가족들은 오전 8시 호텔 32층 라센르 식당에서 돌각김치와 북어국 등으로 아침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호텔방에서 개별상봉을 준비했다.

북측 방문단은 잠을 설친 듯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식사시간 내내 밝게 웃는 표정이었다. 한 이산가족은 “모두 따뜻하게 대해줘 편안하게 잘 잤다”며 인사를 건넨 뒤 “오늘 가족과 할 얘기가 많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첫 상봉에서 반세기만에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난 북측 이산가족들은 흥분과 감격이 가라앉지 않은 듯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6일 오후 9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서영훈 한국 적십자사 총재가 주최한 만찬에서 돌아온 북측 이산가족들의 얼굴엔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박선호·고민구·강연곤·유희연·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