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비주얼 록밴드 ’페니실린(Penicillin)’가 지난 12일과 13일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공연을 가졌다. 이번 공연은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발표 이후 처음 열리는 일본가수의 단독공연이라 한일 양국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페니실린’은 일본의 비쥬얼 록계의 빅 5에 손꼽히는 밴드로 국내에도 이미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팀.

그러나 13일의 경우 전날에 비해 좀 더 많은 관객이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2000석 정도인 공연장의 객석 점유율이 60%가 안되어 보였다. 정부가 2000석 이상의 일본가수의 일본어 공연을 허용했음에도 일본인기밴드가 1000명을 좀 넘는 한국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이는 아직 소수 매니아층 이외에 폭넓은 한국 팬을 가지지 못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연 전 비쥬얼 록밴드답게 화려한 뮤직비디오 상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공연이 시작하자 초록광선이 테마를 이룬 화려한 무대조명과 전형적인 비쥬얼 록밴드의 패션이 한국의 록밴드 공연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 비쥬얼 록은 음악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영상 혹은 라이브로 즐겨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페니실린’은 그들의 히트곡인 ’몬스터(Monster)’를 시작으로 ’재패니스 인더스트리얼 스튜던츠(Japanese Industrial Students)’를 연주했고 앵콜은 한국어곡인 ’남자의 로망’을 불렀다.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서 사운드와 연주력은 그다지 도드라지진 않은 느낌이었다. 또한 고만고만한 노래들이 평면적이어서 공연이 지루한 감을 주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관람객들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공연시작부터 끝까지 열광하며 노래를 따라 불렀던 일본 록매니아군이 있었고 반면 멀찌감치 앉아서 관조의 자세로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호기심으로 왔다가 공연 중간에 나가버리는 사람의 숫자도 상당히 되어서 아직은 일본음악의 대중성을 확보한게 아님을 보여줬다.

까만 망사 드레스와 두건에 짙은 눈화장을 한 이른바 ’비쥬얼 록’ 패션으로 공연을 관람한 김혜진(20)은 그간 ”홍대 앞 등지에서 일본음반을 사서 듣고 PC통신 동호회에서 정보를 교환했다”고 한다. 또 ”’페니실린’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일본 록공연이라서 관람했다”며 일본 음악공연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다.

이번 ’페니실린’ 공연만으로 일본 대중음악의 한국에서의 성패여부를 점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반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가수의 공연이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명백히 보여준 듯하다.

<우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