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게도 철학이 있다. 철칙도 있다. 칼을 쓰지 않을 것. 국가 이미지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외국인의 물건은 절대 훔치지 않을 것. SBS TV 새 월화드라마 ‘도둑의 딸’의 대표 도둑, 전과 12범 김광수(주현 분)의 이야기다.

미워할 수 없는 도둑, 무능해 보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형사, 돈도 ‘빽’도 없는 사람들의 폼 안나는 인생을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낼 ‘도둑의 딸’이 29일(밤 9시55분)부터 방송된다. ‘사랑의 전설’ 후속이며 총 50부작이다. 김운경 작가와 성준기 PD는 ‘옥이 이모’(1995)를 만들었던 명콤비. ‘서울의 달’, ‘파랑새는 없다’ 등에서 도시 서민들의 삶을 사실적이고 정감있게 묘사해 주목받았던 김운경 작가와 ‘은실이’, ‘달팽이’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성준기 PD가 두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남편 감옥에서 나오면 자식 감옥 들어가고, 자식 나오면 남편 들어가는 게 무슨 조화냐.” 김광수의 세번째 부인 박여사(서승현)의 팔자타령에서 알 수 있듯, 그들 가족은 모두 문제가 있다. 딸 명선(김원희)이만 제외하고는 모두 전과자. 박여사 역시 백화점 물건이 다 내 것이라 생각하는 전과 2범의 도둑, 소매치기 출신 며느리(김은수)와 함께 작업을 다닌다. 큰아들 김덕구(이경영)는 지금 장물죄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고, 막내아들 김덕경(김내원)은 폭력 전과가 있다.

도둑의 딸 명선은 가족을 벌레 보듯 하지만 연민도 있다. 그녀는 ‘하필이면’ 자신의 아버지를 쫓는 경찰서 강력반의 햇병아리 형사(손현주)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극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성PD는 “러브 스토리보다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말한다. 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의 촬영 현장에는 SBS의 안국정 제작본부장이 찾아왔다. 시청률이 술이 숙성된 햇수만큼만 됐으면 좋겠다며 30년산 양주를 성PD에게 선물했다. 성PD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진실이 담긴 드라마, 시간이 흐른 뒤에도 칭찬받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