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현대 권준헌

굴곡이 많았다.90년 지금은 해체된 광영고를 졸업하고 연봉 4백만원의 헐값에 태평양에 입단.권준헌(28·현대유니콘스)은 물주전자 당번부터 맡아 갖은 고생을 다했다.그래도 희망이 있었다.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인 김상진(삼성) 장종훈(한화)은 그의 모델.‘빡빡 기는’ 2군 생활을 희망 하나로 버틴 그에게도 전성기는 찾아왔다.95년에 주전 3루수를 꿰차 팀내 유일한 3할 타자(0.306)로 발돋움했고 팀내 최다안타(1백21개)를 기록했다.

순발력이 뒤지고 유연성이 떨어지지만 1m86,86㎏의 균형잡힌 체구,총알같은 송구능력을 지닌 대형 내야수로 각광받았다.

프로의 참맛을 막 깨닫자마자 불행이 닥쳤다.96년 시즌초 쌍방울과의 게임도중 투수 김원형이 던진 공에 왼쪽 손등을 얻어맞아 뼈가 부러졌다.깁스하고 보낸 두달.참기 어려웠다.지난 6년간 흘린 피와 땀이 아까웠고 주전을 빼앗겼다는 자괴감을 견디지 못했다.

재기는 힘들었다.한동안 쉰 탓에 걸핏하면 에러가 나왔다.3할 방망이는 0.206(96년),0.245(97년)로 무디어졌다.그래도 1군 무대를 밟을수 있다는 건 행운.그러나 그 행운마저 용병수입으로 날아갔다.지난해 입단한 쿨바에게 밀려 벤치신세.쿨바가 떠나자 이번에는 LG에서 이적한 박종호에게 밀렸다.

설자리를 잃은 그에게 김재박 감독은 투수전향을 제의했다.1루 송구가 1백40㎞에 육박하는 어깨는 탐낼만했다.권준헌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2군 시절,아니 중·고교시절부터 배팅볼 투수로 명성을 날린 전력(?)이 있었다.그리고 10년의 짧지 않은 야구인생에 마지막 승부를 걸때가 왔다는 걸 직감했다.

“LG 심재학 투수처럼 선발진에 합류한다는 건 어렵겠지요.그러나 원포인트릴리프라도 제 역할을 찾을수 있다면 만족할 겁니다.” 유영수 코치와 함께 투수훈련을 쌓고 있는 권준헌의 변신은 조용하지만 착실하게 진행중이다.

<이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