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연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는 등산객이 급증하면서 동·식물 남획사례도 크게 늘어 관리사무소측이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28일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들어 일요일인 지난 26일까지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은 1백40만여명(하루평균 1만2천여명). 지난해 같은 기간 1백1만여명(하루평균 8천4백여명)에 비해 무려 38.6%나 늘었다.

이같은 등산객 급증추세는 IMF관리체제가 시작된 이후 실직자 등이 양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들중 일부는 순수하게 등산을 즐기기보다는 소일거리로 희귀식물채취나 동물포획 등을 일삼고 있다.

지난 26일 북한산 송추계곡에서 두릅나무와 약초 등을 캔 등산객 최모(28·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씨가 공원관리요원에 의해 적발돼 계도조치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원도봉 지역 숲속에서 이모(43)씨등 등산객 2명이 솔부엉이를 포획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북한산관리사무소측은 동·식물 남획사례의 증가가 입산금지구역 침범 등 ‘무질서의 증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등산 이외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자연휴식년제로 폐쇄된 도봉서원∼도봉 제10휴식처 구간 등 등산로로 이용할 수 없는 곳들만 숨어다니면서 동·식물을 남획하는 바람에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관리사무소측의 설명이다.

북한산에는 관속식물 6백44종 등 식물 1천2백여종과 조류 44종 등 동물 6백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으나 고란초,말나리,만주송이풀 등 법정보호식물 14종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또 양주군 장흥면 울대리의 삿갓바위계곡의 산개나리등 다른 식물군락도 등산객들의 채취로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의 경우 청설모,다람쥐,꿩 등은 아직 흔한 편이나 천연기념물인 매,칡부엉이와 보호동물인 말똥가리,솔개,노루 등은 최근 자취를 감췄으며 지난해 가끔 목격됐던 오소리,고슴도치 등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북한산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IMF여파로 크게 늘어난 등산객들이 평일과 주말 구분없이 산에 올라 북적대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바람에 야생 동·식물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동·식물 서식공간 조성 등 생태계 보호사업을 꾸준히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議政府=吳命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