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심령 미스터리물 ‘킹덤’(감독 라스 폰 트리에)이 국내 영화관에서 일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극장 개봉작 중 상영시간이 가장 긴 4시간39분짜리 필름일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12일 첫 손님을 맞은 이후 전회 매진의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같은달 31일 동숭시네마텍에서 1차 막을 내렸으나 관객들의 열기에 힘입어 씨네코아로 이동,개봉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씨네코아에서도 4∼5일 뒤의 예매표가 동이 나는 기현상을 낳자 ‘킹덤’을 오는 23일까지 1주일 연장 상영키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극장가의 평균 관객수가 30%이상 줄어든 가운데 하나의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수입사는 급기야 24일부터 서울 강남 브로드웨이극장과 부산 부영극장에서도 ‘킹덤’을 개봉키로 결정, 덴마크에 프린트 한 벌을 추가 주문했다. 수입사인 KJ엔터테인먼트는 영화흥행에 처음 뛰어든 무명의 ‘초보’. 영화가 너무 긴데다 흥행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극장마다 딱지를 맞았지만 좀더 개봉관 섭외를 벌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자칫 창고에 묻힐 뻔했던 작품이 ‘이동 로드쇼’라는 희귀한 형태로 개봉되고 있는데, 어쨌든 ‘초보’가 필드에 처음 나가 홀인원을 기록한 셈.

이 작품은 러닝타임이 길어 하루 3회 상영되는데, 밤 12시에 시작되는 심야상영 예매표가 가장 먼저 매진된다는 게 또 하나의 이채. 신세대 젊은이들의 독특한 문화를 말해주는 대목으로 밤을 지새워 영화를 보고 이른 아침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심야族(족)의 열기는 ‘이레이저 헤드 자정시사회’나 ‘고다르의 밤’ 행사 때 이미 예견됐었다.

‘킹덤’은 그 열기를 고스란히 흡수했고, 마침 방학중이어서 지방에서도 대학생들이 원정을 온다는 것. 연인은 물론 젊은이들 사이엔 심야 영화감상이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함께 밤을 지새워 영화를 보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이벤트라는 것이다.

병원을 무대로 한 으스스한 공포영화지만 멜로적 요소와 유머를 뒤섞어 지루하지 않다는 점도 매진행렬을 낳는 데 일조했다. 개봉시기를 겨울방학으로 잡은 데 이어 ‘공포영화 심야상영’의 아이디어도 적중했다. 영화 홍보사의 히트작인 셈인데, 여기에 신세대의 독특한 문화가 결합해 ‘킹덤’의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吳廷國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