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동기씨

건축가들이 설계도면에 따라 빌딩 세워지는 모습에서 성취감을 느끼듯 자신의 몸(보디)을 매일매일 설계한대로 만들어가는(빌딩) 쾌감에 산다는 보디빌더 한동기(39·한화약품).

그는 자신의 종교를 「보디빌딩」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보디빌딩을 종교처럼 믿고 생활하는 「수도승」이라고 표현한다.

수도승같은 자세가 없으면 절대로 보디빌딩의 극치에 도달할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수도승은 출세욕이나 성욕 등과의 싸움입니다. 보디빌더의 생활은 출세욕, 성욕 외에 음식과의 싸움이 추가됩니다』 보디빌더는 하루 보통 5∼6끼를 먹는다. 소식(小食)으로 여러번 먹어야 영양분이 체내에 남지않고 완전소화되기 때문이다.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귀담아 들어야할 부분이다. 한동기씨의 하루일과는 아침에 그날 하루종일 먹을 4개의 도시락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혀 조미료를 쓰지않고 고칼로리와 지방이 없는 별스런 음식만을 골라야하기 때문에 보디빌딩을 모르는 사람에겐 도시락을 맡길수가 없다.

전부가 「맛」과는 거리가 먼 음식인데다 끼니마다 먹는 식단이 거의 똑같기 때문에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이지만 몸을 만들기 위해선 어쩔수 없다.

보디빌더가 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고단백을 섭취해야 한다. 애용하는 식품이 닭가슴살이다. 고기 가운데 가장 지방기가 없는 고기다.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근육을 만들어주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먹을 뿐이다. 씹으면 꼭 스펀지 씹는 것같다.

그가 싸온 도시락 메뉴를 보면 「먹는 것과의 싸움」을 쉽게 이해할수 있다. 아침메뉴는 다음과 같다. 사과 반쪽, 닭가슴살 한쪽, 보리빵 한쪽, 계란흰자 2개, 찐고구마 반쪽, 야채샐러드, 보충식 등이다.

오전 11시30분쯤에 먹는 이른 점심메뉴는 닭가슴살 2쪽, 찐감자 1쪽, 보리빵 1쪽, 찐고구마 1쪽, 계란흰자 5개, 사과 반쪽, 야채샐러드, 보충식 등이다.

거의 똑같은 메뉴를 먹는 양만 조절해 오후 3시(맨밥 3숟가락 추가), 오후 5시, 저녁 9시 등 하루 5끼를 먹는다. 대회를 앞두면 운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식사도 6끼로 늘어난다. 한동기씨는 부인과 연애할때도 처음엔 자기가 먹을 도시락을 싸갖고 다녔다.

『상가(喪家)에 갈때도 도시락을 싸갖고 갑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정신나간 사람 취급합니다. 친구들과 만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스스로 민망해서 결국 주위 사람들과의 약속을 피하게 됩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뒤 그가 가장 먹고싶었던 음식이 라면이었다.

『따끈한 국물과 양념 섞인 김치 한번 먹는 것이 1년중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대회시즌인 4월∼11월까지는 냄새도 맡지 못하게 합니다. 대회시즌이 끝나는 12월엔 약 보름간 운동을 하지않고 휴식을 취하는데 이때가 유일하게 양념한 음식을 먹을수 있는 기간입니다』 보디빌더에게는 소금 된장같은 조미료는 절대 금물이다.

국물도 절대로 먹어선 안된다. 대개 국물엔 소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소금은 체내의 수분을 흡수해 지방기를 남게하기 때문에 혈관이 드러나는 것같은 선명한 근육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술은 절대 금물이다. 그의 경우 지난 10년동안 마신 술의 양이 모두 합쳐도 맥주 한잔을 넘지 않는다.

최근 액션영화배우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널드 슈워제네거(미국)는 70년대 프로보디빌딩대회인 미스터올림피아를 7번이나 우승했다.

당시 모든 언론은 그를 「인간이 만든 최고의 몸」이라 극찬했다.

그러나 최근 그의 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시의 근육으로 요즘 미스터올림피아대회에 나온다면 10위권에도 들기 어렵다는 것.

그만큼 보디빌딩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발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초인적인 노력이 아니면 어렵다는 얘기다.

그것이 바로 식이요법에 의한 인내력의 싸움이다. 이처럼 수도승과 똑같은 고행을 참아낼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 한 분야에서 세계최고가 됐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84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동기는 그동안 우승 3차례, 2위 3차례, 3위 3차례, 아시아선수권 우승 5차례의 빛나는 전적을 남겼다.

국내보디빌딩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한 것도 한동기의 활약 덕분이 크다.

『세계최고의 프로선수들만이 출전하는 미스터올림피아에 한번 출전해 그들과 겨뤄보는 것이 선수로서의 마지막 꿈입니다』 한동기는 지난달 보디빌딩 선수로는 처음 체육연금(월 20만원) 수혜대상자가 됐다.

연금액수야 얼마 안되지만 후배들이 그를 보고 보디빌딩도 열심히 하면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선수가 될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수 있게된 것이 무엇보다도 자랑스럽다.

『돈에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당초 보디빌딩을 할수가 없었겠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생활이니까 모든 것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내 몸의 변화를 느끼며 누리는 행복감은 억만금을 번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과 별 차이가 없으니까요』 도인(道人)의 경지에 들어선 그의 수행은 나이 40에도 어린애같은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비결임에 틀림없다.

<金基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