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무모한 시도의 사회적 의미
- 기독교와 불교의 무모한 융합시도에 의미주기 -


두 종교를 융합하려는 시도는 애시당초부터 무도한 시도요 어쩌면 오만함이요 무의미 영역임을 안다. 즉 불교식이라면 해탈은 몇 생을 통한 수도증진을 통하여 획득되어지는 것이요 기독교식이라면 믿음은 하나님이 거저 주는 선물이겠다. 그러나 절간에도 부처를 모시는 기도도량이 있고 기독교도 구원사건은 일회성이 아니라 영속성을 갖는다고도 한다.  

원래 종교는 이성적 합리적 설명의 범주 안에 들지 않는 속성을 갖기 때문에 이러한 무도한 시도는 논의나 사설의 주제가 될 수 없겠다.
그러나 어쩌랴 그래도 인간은 현장언어(言語)와 현실사고(思考)의 세상에 살고 언어를 통해 의미와 의식을 전달할 수밖에 없음을, 즉 보편적 언어전달을 떠난 의미전달은 또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양 종교 아니 종교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목숨보다 강하게 현실 세상에 작용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는 것이 종교의 내세나 영생을 전제로 하는 구원과 보상의 속성이기에 양 종교를 융합하거나 인류공영을 위한 공통점을 찾으려는 이러한 어쩌면 무리한 시도의 의미를 무가치한 것으로 볼 이유는 없으리라.

기독교에서의 구원의 과정은 ‘자아의 죽음과 내안에서의 하나님의 삼’인데 이러한 참 생명의 발견이 불교식의 ‘욕망세상의 허상과 이를 극복한 실상의 찾음’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기독교 신앙의 본질도 신앙 안에서 이기적 자아의 확대는 아니요 하나님 안에서 자아의 상실이어야 한다. 즉 종교가 이기심의 확장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기심이란 용어자체의 의미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면 무리한 시도가 되더라고 불교식의 ‘오온(五蘊)이 개공(皆空)’이라는 것과 기독교식의 ‘이기적 자아’를 버림이 곧 구원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닐런지. 일반적으로 불교가 더 세분화하고 체계적으로 인간심성과 감정과 육체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는 이러한 구체성을 합해서 하나의 타락한 인간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하나님에 구속되어야 비로소 생명이 회복된다고 의미구조를 형성한다. 이렇게 해석하면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단순히 내세적 복을 받기 위해서 갖는 믿음은  기복신앙이라는 의미도 되겠다. 그러나 불교도 세상에서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긴 마찬가지다. 피조물 인간이 절대자 앞에서 현실적 복을 구하는 것을 모두 기복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무리한 자긍일 수도 있겠다. 인간의 완전무결성을 요구하고 가정한다면 그건 또 다른 허상을 쫓는 일일 수도 있으리라.

여하튼 기독교식의 ‘나를 버림’과 불식의 ‘오온이 공’하다는 것은 둘 모두가 신앙의 이유요 목적이 아닐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라면 다소 고려해야 할 점은 오로지 하나님만이라거나  혹은 하나님이 섬김을 받으려고 인간을 창조했다는 자기확인적 교리는 혹시 그것이 또 다른 욕망의 확대뿐일 수도 있는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는 어쩌면 지극히 이성적 사유도 하게된다. 그렇게 보편성이 결여되면 기독교 전파전의 우리 조상들에 대한 혹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의 인류에 대한 기회의 불공평내지는 불공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의 믿음은 오로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개별적 의미를 강조한다. 즉 신앙교리 숙지나 이해가 아니라 나에서 적용되고 실현되는 ‘하나님의 내안에서의 역사함’을 신앙의 실체적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 개인에 대한 특별한 개별적 특혜로 이해수용되면 어쩌면 이기심의 확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님 안에서 나를 잃는 것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오로지 하나님만이 주인인 신앙이 되는 것이며 하나님과 거래(?)하는 신앙을 아닌 것이다. 즉 나의 기준과 판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내재(內在)를 그저 경험함일 뿐이요 이는 곧 불교식 오온개공(五蘊皆空)을 수용하고 그 너머를 보는 것과 뭐 다를게 있으랴?

그렇다면 기독교의 하나님 안에서 나를 다시 규정해야 영생이 가능 한 것과 불교의 실상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 즉 ‘해탈(解脫)’이란 곧 ‘구원(救援)’사건이 되는 것이라 다소 무리한 그리고 어쩌면 종교적 시각으로는 무용한 추정도 가능하겠다.
그러니까 이기적 자아 욕망하는 자아는 오상(오온)의 자아일 뿐, 이것이 곧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불교나 기독교나 그리 크게 구분할 일은 아닌듯하다.
중언하면 인간이 하나님 안에서의 구원조건은 결국 기존의 이기적 나, 나 주관적 나를 버리고 하나님 안에서 거듭나야 하며 이것은 불교식의 허상인 자아의 죽음이요 나아가 허상을 걷어냈다는 사실조차도 잊으라는 것이겠고 걷어냈다는 ‘의식이 살아있으면’ 그것은 걷어낸 것이 아니란 의미겠다. 즉 쌈지에서 나와서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일 뿐.

불교식의 삼법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이나 제법무아(諸法無我)는 실체가 없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주역(周易)의 사상과도 다를 것이 없다, 일체개고(一切皆苦)는 내가 실제하다 현실세계는 영원하다는 착각이 고뇌의 뿌리라 했으니 그래서 공(空)해야한다 했으니, 그것은 곧 하나님을 잊고 자아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곧 일체개고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기독교인들이 간혹 이기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개인적 욕망을 멸하고 하나님과 일체되어 사명 소명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재산을 확대하고 지위를 확대하고 이기적 욕망을 무한 확대하어 영원의 삶까지 욕망하는 무한대의 사욕으로 보이기에 발생되는 현상이 아닐지.
결국 불교 기독교 극히 제한적 이성적 시각으로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겠다. 이렇게 무용할 수 있는 시도는 전기했듯 종교 간의 불화내지는 이질성이 결코 평화로 화합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때문이겠다.
(종교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기 시작하면 종교는 종교라는 이름의 무용성의 자기확인일 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