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가 고용한 폭력배가 위협
자금 묶여 자비로 귀국하기도
중국과 인도 등 한진해운 해외 주재원들이 화주 등이 고용한 폭력배에게 흉기로 위협을 받는 등 신변이 무방비로 노출돼 관계 당국의 조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한진해운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가시화된 8월 30일 한진해운 중국 톈진(天津)지점에 벤더(제조 또는 판매업체)들이 고용한 폭력배가 흉기를 들고 들이닥쳤다. 이들은 한진해운 주재원에게 “미수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다행히 중국 공안이 와 큰 피해는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하역업체 직원이 사무실을 침입해 여직원들이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진해운 인도지점에 출퇴근하는 여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지점에선 화주들이 사무실로 침입, 농성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 베트남지점에선 화주들이 예치금 환급을 요구하며 폭언과 욕설로 현지 주재원을 위협했다. 이에 베트남지점은 본사에 화주 요청 시 예치금을 환급할 수 있도록 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진해운 베트남지점의 한 관계자는 “화주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신변 위협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어 본사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주재원들을 출국금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만약 화주들이 소송을 제기해 주재원들이 출국금지되면, 신변 위협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해운은 주재원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도 발급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현재 법정관리로 모든 자금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지점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도 개인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 주재원 사이에선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불만도 쌓이고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